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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러날 거라고 누가 그러느냐고 MB 의중은 알수없고 (일)

정물러날 거라고 누가 그러느냐고 MB 의중은 알수없고 (일)

Posted July. 08, 201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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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의 거취를 둘러싸고 청와대 내부에서 정상적 수준을 벗어난 외곽 때리기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6일 오후7일 오전

6일 오후 6시경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이 정 총리가 금주 중 공식적으로 사퇴할 것 같다는 얘기를 기자들에게 흘렸다. 일부 방송은 여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정 총리가 모레(8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총리실은 이런 보도를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총리께 직접 여쭤봤다. 그런 일 없다고 한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도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기자회견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맡기겠다는 스탠스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만두라는 대통령 뜻을 아직 전해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총리실 일부 관계자들은 그러면서 총리가 사퇴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말한 여권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건 무례를 넘어 한 나라의 총리에 대한 모독이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리 교체가 이 대통령의 진짜 의중이라면 조용히 귀띔해주면 알아서 그만둘 텐데 왜 외곽을 치는 방식으로 압박을 하느냐는 비판이었다.

밤늦게 또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정 총리가 3일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사의를 강력히 표명했으며 이 대통령은 당시 정 총리의 사의를 만류했으나 정 총리의 사퇴 의지가 워낙 완강해 더 만류하지 못하고 사실상 수용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7일 오전 이 대통령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 총리 사퇴 관련 보도에 대해 누가 이 같은 얘기를 하고 다니느냐며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다른 수석비서관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특정 인물을 지목하지는 않았다는 전언이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정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언론 보도에 대한)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다며 직접 유감의 뜻을 밝혔다. 총리실도 유감 표명을 받아들여 더 이상의 확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알 수 없는 MB 의중

이 대통령은 인적쇄신의 큰 그림에 대해 참모들에게도 의중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정 총리는 이 대통령이 북중미 3국을 순방 중이던 지난달 30일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 이번 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당시 측근들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표현하면 언론에서 사의 표명으로 해석할 것이 뻔하니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하자고 건의했으나 정 총리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표현을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정 총리의 대국민담화를 사의 표명으로 해석했다.

이후 정 총리는 이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온 3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을 독대하고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뜻을 직접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은 정 총리 책임은 아니다고 했으며 정 총리의 거취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국무회의 직후 이뤄진 주례회동에서도 거취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정 총리는 독대할 때 이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일절 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측은 정 총리가 자리에 연연해하고 있지 않으며 이 대통령에게 프리핸드를 줬다는 공식 태도를 보이면서도 재신임 가능성 쪽에 방점을 두는 기류가 엿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와 내각 개편을 고심 중인 청와대 일각에선 사퇴 불가피론을 펴고 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 책임을 묻는 차원이 아니라 집권 중후반기 새로운 진용을 짜는 차원에서 총리 교체가 필요한 국면이라는 것이다.

총리 교체 여부는 청와대 수석급 인사와도 정치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의 일부 참모들은 장관이나 수석 몇 명 바뀐다고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겠느냐. 총리와 대통령실장이 중요하다. 특히 총리로 파격적이고 참신한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청와대 참모들이 총대를 메고 총리에게 대통령이 미련을 갖지 않도록 총리 스스로 확실하게 물러나달라는 취지의 압박을 하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하지만 정 총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총리를 교체하는 게 맞는지, 교체한다면 정 총리를 능가할 만한 대안은 있는지 등을 놓고 여전히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금은 청와대 개편을 먼저 하고 총리 교체를 포함한 내각 개편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하겠다는 태도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총리 사의 수용 얘기가 나오자 진노했다는 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해석이다.

의욕 보이는 정 총리

사임 논란 속에도 정 총리는 능동적인 총리실 운영을 강조하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 국무총리실 간부회의에서 정 총리는 정답은 현장에 있다며 어둡고 그늘진 부분을 세심히 챙기고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창영 공보실장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마지막까지 주어진 책무를 하겠다는 총리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실 측은 설령 총리가 교체된다 하더라도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및 한나라당 전당대회(14일), 728재보선 결과 등에 따라 후임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임 임박설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자 정 총리가 할 일은 계속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에 실패한 총리로 기억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그동안 세종시 문제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본인의 주 관심사였던 교육, 경제 등 분야에 대해 충분히 시간과 역량을 할애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얼마의 시간이 남아있든 정 총리는 그 시간 동안 자신의 관심 분야에 족적을 남길 만한 정책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관 장택동 yongari@donga.com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