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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전자 뜨고 MS-시스코 추락(일)

Posted July. 05, 2010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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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세계 경제는 911테러, 중국 등 신흥시장의 부상, 글로벌 금융위기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대를 주름잡았던 거대 IT 기업들의 위상도 크게 변해 세계 주요 IT 기업 중 10년 전 시가총액을 회복한 곳은 애플과 삼성전자 단 2곳뿐이다. 한때 증시를 주름잡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시스템스, 인텔 등은 IT 산업의 주도권을 내줬고 시가총액도 반 토막이 났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꿈꿨던 IT 혁명은 현재 대부분 이뤄졌지만 승리한 기업은 끝없이 자기 혁신을 한 일부 기업뿐이라며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10년간 승자는 애플과 삼성전자뿐

4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주요 IT 기업들의 지난달 초 시가총액은 미국 나스닥지수가 5048.62로 사상 최고치였던 2000년 3월 10일에서 반 토막이 났다. MS의 시가총액은 10년 전 5228억770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42.4%인 2216억3800만 달러다. 시스코시스템스는 4698억1200만 달러에서 1299억8600만 달러로 거의 4분의 1 토막이 났다. 인텔은 3분의 1로, 델은 5분의 1로 줄었다.

반면 당시 시가총액이 202억74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애플은 11배가 넘는 2275억8700만 달러, 365억5900만 달러였던 삼성전자는 2.5배인 938억6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당시 세계 IT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50배가 넘었지만 이런 주가 수준도 당시에는 싸다고 평가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코스닥시장의 부침은 더 심하다. 이익을 한 푼도 못내 PER를 추정하기 어려운 기업이 수두룩했지만 코스닥지수는 3000(당시 지수로는 30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2000년 3월 말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중 21개가 IT 기업이었으며 그마저 대부분 1999년 말에서 2000년 초에 상장된 기업들이었다. 닷컴이란 꼬리표만 달면 주가가 폭발했다. 하지만 이 중 8개 기업이 상장 폐지됐고 살아남은 기업들도 이름과 사업내용을 바꿨으며 시가총액은 평균 72% 줄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속성상 주가에는 거품이 끼기 마련이지만 버블시기에는 지나치게 부풀린 미래의 이익을 현재에 반영하다가 결국 터지고 만다며 산업의 성장과 개별기업의 성장은 다르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1위 기업의 한계 극복하고 혁신해야

현대인의 생활과 IT는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IT 혁명이 이미 체화됐는데도 과거 큰 기업들이 성장을 멈춘 건 무엇 때문일까.

기술 변화가 크고 독점력이 강하다는 IT 산업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콜라, 라면 같은 소비재는 한 번 쓰면 없어지기에 끝없이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지만 MS오피스는 한 번 팔면 몇 년간 새로운 소비를 일으키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IT 산업에서는 지속적인 투자로 새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IT 기업에는 한 번도 투자한 적이 없지만 세계 최대 부호가 됐다.

1위 기업의 한계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MS나 시스코시스템스는 독점적 지위 때문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개발하기보다는 소비자를 자사 제품에 길들이려고 해 IT 주도권을 내줬다는 분석이다.

주인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플이나 삼성전자도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살아남을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만일 이들도 제품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불편을 감수하도록 강압적으로 나간다면 MS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하임숙 정임수 artemes@donga.com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