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특정 정당에 대한 혐오감, 그리고 그로 인한 지지층의 대거 이탈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인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지방선거 직후인 6월 5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표심을 심층분석한 논문을 1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41.2%), 민주당(29.3%), 자유선진당 국민참여당(각 4.3%), 민주노동당(2.0%), 진보신당(1.5%)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정당 혐오도(가장 싫어하는 정당)는 한나라당(32.7%), 민주당(17.1%), 선진당(10.9%), 참여당(7.7%), 민노당(5.8%), 진보신당(3.5%) 등의 순으로 지지도와 같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혐오도 격차가 지지도 차이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정당에 대한 혐오감을 0에서 10 사이의 수치로 답해 달라고 물어 평균값을 산출한 혐오점수(10에 가까워질수록 혐오도가 높음)는 한나라당 7.23, 민노당 6.55, 선진당 5.83, 민주당 5.64, 진보신당 5.59, 참여당 5.5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나라당을 혐오 정당으로 지목한 사람들이 품고 있는 싫어하는 감정의 골이 상대적으로 더욱 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점수(7.23)는 2006년 531지방선거 직후 KPSI가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을 당시 열린우리당에 대한 혐오점수(7.30)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곳만을 이겨 선거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이 같은 높은 혐오도는 광범위한 지지자 이탈로 이어졌다.
조사 결과 20, 30대 젊은층에서 한나라당 이탈층은 26.1%이고 유입층은 9.4%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연령층에서 민주당 이탈층은 6.1%에 불과했고, 유입층은 19.7%나 됐다. 한나라당 이탈층은 지지를 접은 이유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싫어서(25.2%) 그냥 싫어서(24.3%)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정당 같아서(23.4%)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와 공무원의 한나라당 이탈층이 각각 23.2%, 25.9%나 됐다.
출신지별 분석 결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충청 지역 출신 가운데 한나라당 이탈층은 45.5%였으나 유입층은 6.1%에 불과해 39.4%의 유입효과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유입층이 36.4%이고 이탈층은 0%여서 36.4%의 유입효과를 거뒀다. 세종시 문제가 수도권 거주 충청 출신 유권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영남 출신 가운데 한나라당 이탈층과 유입층은 각각 26.4%와 12.1%로 유입 효과는 14.3%였다. 영남 출신 수도권 거주자들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67.8%만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고 28.7%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의 한나라당 유입 효과는 62.5%(이탈층 62.5%, 유입층 0%)였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 민주당을 이탈했던 수도권 호남 출신이 민주당으로 다시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 요인이 반()한나라당 정서의 반사적 이익을 통한 것임을 보여준다며 특히 수도권 영남 보수층의 분열은 한나라당의 위기 정도를 드러내준다고 말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