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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인적쇄신 어떻게 (일)

Posted June. 04, 201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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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에서의 사실상 참패로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당정청 3정()체제를 유지해 온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3일 사퇴 의사를 밝혔고 정운찬 국무총리는 민주당의 내각 총사퇴 요구에 직면해 있다.

정 실장이 청와대 비서진을 대표해 사의를 표명했지만 나머지 청와대 수석급 참모진도 인적쇄신 회오리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내각 개편도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문제는 시기와 폭이다. 당장 천안함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서두르기는 쉽지 않다. 또 이 대통령은 당장 4일 아시아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로 출국하는 데 이어 또 다른 외교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후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으면서 청와대와 내각 개편도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처럼 크게 패배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대대적인 개편을 위한 준비는 미처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일단 7월 초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전당대회 결과와 연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심 정몽준 대표 체제의 연장을 선호했던 청와대로선 당 지도부 개편이 청와대 진용 개편의 변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인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 참패 후 이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총리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하는 데는 4개월가량 걸렸다.

이 대통령은 사실 이번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어느 정도의 개각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차에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옴에 따라 개각의 폭이 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장수 장관 외에도 혹시라도 있을 조직 이완을 막고 내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적어도 중폭 이상의 개각을 단행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청와대 주변에선 나돈다.

그런 맥락에서 정 총리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선거에서는 충남 연기 공주 등에서 민심 이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세종시 문제를 책임졌던 정 총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정 총리는 내심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리실 관계자는 경거망동할 경우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내각 총사퇴를 하게 되면 오히려 야당에 국정 주도권을 다 내주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단행할 경우 7월 초 한나라당 전당대회청와대 참모진 개편개각 등의 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인적쇄신 일정이 728 재보궐선거 이전이 될지, 이후가 될지는 분명치 않다.

한편 한나라당은 7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맞춰 새로운 얼굴로 지도부를 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권을 맡을 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차기 당 대표로 유력했던 정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론에 휩싸여 사실상 차기 당권에서 멀어졌고 안상수 의원 등도 새 얼굴을 요구하는 쇄신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도 728 재보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곧장 당에 복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 당내 젊은 개혁파 중진들도 이번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어 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출마 준비를 해온 홍준표 의원은 책임론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주류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당 밖의 인사를 새로운 당의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정용관 박정훈 yongari@donga.com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