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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보훈청 무연고 용사 2인 국립묘지 첫 안장

광주보훈청 무연고 용사 2인 국립묘지 첫 안장

Posted May. 29, 20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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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영락공원 납골당. 9547호라고 적힌 납골함에서 유연신 광주지방보훈청 보상과장 등 8명이 흰 장갑을 끼고 김무영 씨(작고 당시 77세) 유골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또 납골번호 2008-1호라고 적힌 함을 열어 백성균 씨(작고 당시 63세) 유골도 빼냈다. 유골들은 태극기가 그려진 보자기에 싼 뒤 분향소로 옮겼다. 유 과장 등은 북어포를 놓고 술을 따른 뒤 합동 분향을 했다.

광주지방보훈청 직원 등이 아무런 관계가 없는 두 사람 유골에 분향을 한 이유는 이렇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김 씨는 종전 후 결혼했으나 곧 부인과 사별했다. 슬하에 자식도 없었다. 농사를 짓던 김 씨는 재혼도 못하고 지내다가 2003년 초부터 노인복지시설인 광주 동구 천혜경로원에서 생활했다. 그곳에서 외롭게 지내던 김 씨는 2007년 10월 숨졌다.

백 씨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정신질환을 앓아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홀로 지내다 2008년 1월경 숨을 거뒀다. 사망 당시 연락이 닿는 가족이나 친인척이 사실상 없어 광주 남구가 장례식을 치렀다. 두 사람은 사병으로 참전했으나 구체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두 사람 유골은 영락공원에 안치됐지만 2년여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외로운 처지였다. 더욱이 무연고인 탓에 10여 년 뒤 합동 안장될 형편이었다.

광주지방보훈청은 올 3월 무연고 참전용사인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을 우연히 알게 됐다. 유공자 가족들에게 지급되는 장례보조금 15만 원을 아무도 받지 않아 혈혈단신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장갑수 광주지방보훈청장은 두 분의 사연을 듣고 조국에서 참전용사들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했다며 무연고 참전용사를 찾아 국립묘지에 안장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유골은 이날 낮 국립 임실호국원 현충관에 임시 안치된 뒤 다음 달 22일 호국원에 안장된다. 김 씨의 10촌 동생인 박춘순 씨(75여)는 김 씨가 625전쟁 당시 입은 부상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한 데다 숨을 거둔 이후에도 제사상을 차려줄 가족이 없어 항상 애처로웠다면서 국가에서 끝까지 책임지고 국립묘지에 안장을 해주니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울먹였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