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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글로벌 인재 국내 대학에선 양성 못하나

[사설] 글로벌 인재 국내 대학에선 양성 못하나

Posted May. 17, 201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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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달 미국 4대 도시의 24개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들을 찾아가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하버드 예일 MIT 스탠퍼드 등 미국 유수의 대학 재학생들에게 그룹의 글로벌 비전을 설명하고 취업을 권유했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매년 11월 뉴욕에서 열리는 채용 인터뷰를 직접 주관한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해외 우수인력을 구하려고 CEO들이 직접 해외로 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은 글로벌 인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글로벌 비전과 능력을 가진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기업의 장래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국내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작년에 스위스 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9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57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27위를 차지했으나 대학교육 관련 지표는 50위권으로 뒤처졌다. 고등교육 수학률은 4위였으나 대학교육의 사회 적합도는 51위, 자격 갖춘 엔지니어 공급 수준은 50위였다. 세계 200대 우수대학 순위에서도 서울대 47위, 카이스트 69위, 포스텍 134위로 2030위권 대학이 여럿인 홍콩과 싱가포르에 한참 뒤진다.

일본 중국 싱가포르 두바이 같은 나라는 세계 유수 대학의 분교를 유치하고 대학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두바이는 영리 비영리 학교법인의 구분을 두지 않고 유명대학 유치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영리 학교법인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실송금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명대학들의 외면을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에 경쟁과 탈()규제를 통해 대학의 질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우리 대학들은 글로벌 인재를 충분히 키우지 못함으로써 이제는 국내에서도 통하지 않게 돼가고 있다. 외국 대학이 들어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국내 대학도 강해질 수 있다. 미꾸라지를 기르는 논에 매기를 풀어놓아야 미꾸라지가 강해지는 이치와 같다.

국내 대학이든 외국 유명 대학이든 국내에서 글로벌 인재를 길러낸다면 교육서비스 적자도 줄이고 대졸자의 취업난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기업에서 국내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기회가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어린 자식을 해외 유학 보내느라 이산가족과 가정 파괴를 감내하는 기러기 아빠들의 비극도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교육정책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억제하는 듯한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려는 외국어고교를 규제하다 못해 아예 자율고로 통합하라는 판이다. 학생들을 공부 못하게 말리는 것이 교육목표인양 사교육 억제에 교육정책의 초점이 온통 옮겨간 양상이다. 교육정책이 평준화에 매달리던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후퇴하는 느낌이다.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보다 과감하게 교육을 개방하고 개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