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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 삭제군혼란 비판 반영 북-중회담 봐가며 최종 판단할 듯 (일)

주적 삭제군혼란 비판 반영 북-중회담 봐가며 최종 판단할 듯 (일)

Posted May. 05, 201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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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명박 대통령의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모두발언에선 안보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군 내부의 혼란도 있었을 것이라는 대목이 단연 눈길을 끈다. 우리 군의 안보대상이 불분명해 군이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빚어졌다는 지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뚜렷하지 않은 안보대상을 언급한 직후 국민들도 불과 50Km 거리에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다며 천안함 사태는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줬다고 강조했다. 현실 보다는 이상에 치우쳐 국방을 다뤄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주적() 개념의 부활 여부를 검토 중인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사실 천안함 사건 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북한은 주적이라는 개념을 부활해 2010년 국방백서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조차 없어지는 등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며 국방백서에 명시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이 대통령은 뚜렷한 태도를 밝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주적 개념 자체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고 장병들에게 교육하고 있다면서 다만 표현을 주적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검토해야 한다고 주적 개념 부활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임이 확실해질 경우엔 정부의 태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고위관계자는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주적 개념 부활 여부를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과 연계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안보대상이 뚜렷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한데 이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북한 소행 규명 여부에 따른 후속 대응 방향의 하나로 주적 개념 부활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여기엔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안보정세, 군의 정신력 강화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진 지 사흘 만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하는 등 미묘한 시점에서 북한 등을 겨냥해 우리 정부의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청와대가 주적 개념 부활 여부를 놓고 한쪽으로 결론을 내린 상황은 아니다. 당분간 신중론을 유지하면서 주적 개념 부활 가능성도 열어둔 채 천안함 사건의 북한 소행 여부 및 그에 따른 국내 여론의 흐름, 북-중 정상회담 결과 및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태도 등을 보아가며 시간을 두고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주적이란 개념은 특사교환을 위해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측 박영수 대표(2003년 사망)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면서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2004년 국방백서에서 직접적 군사위협, 2006년 국방백서에선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완화됐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