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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는 말 안듣겠습니다 눈물로 바친 사나이 UDT가 (일)

울지 마라는 말 안듣겠습니다 눈물로 바친 사나이 UDT가 (일)

Posted April. 05, 20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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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시는 길, 고인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사나이 UDT가를 합창한 후 보내드리겠습니다. 영결식이 끝나고 화장장을 향하던 고 한주호 준위(53)의 운구행렬이 UDT 대원들 앞에 갑자기 멈춰섰다. 고인과 30여년을 바다에서 함께 했던 문석준 중령(53)이 운구행렬을 가로막고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사나이다 강철의 사나이/ 나라와 겨레위해 바친 이 목숨. 3일 오전 10시 엄수된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장, 강철의 사나이가 부르는 노래는 울음에 뒤범벅됐다.

울지 말라. 18년을 엄격한 교관이었던 고 한주호 준위(53)는 힘들어도 울지 말라고 가르쳤었다. 파도치는 바다에서 10km를 헤엄치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달리고 또 달린 UDT 훈련에도 대원들은 울지 않았었다. 교관님이 이렇게 떠나시니 저희도 교관님 말 안 듣겠습니다. 불의에 간 선배가 야속하기만 한 UDT 대원들은 아이처럼 울었다.

우리는 사나이다 의리의 사나이/ 사랑에 약해 정에 우는 사나이. 지난해 소말리아에 파병한 청해부대 1진에서 함께 근무한 김정복 중령(51)도 군복을 입고는 처음으로 울었다. 사나이 중에 사나이라도 정에는 약합니다. 늘 든든히 후배들 곁을 지켜주시던 분이 가신다니 눈물이 납니다.

문 중령은 사나이 UDT가를 부르는 내내 후배들이 죽으면 직접 염을 해주던 한 준위의 모습을 떠올렸다. UDT 대원이었던 문 중령의 처남은 작전 중에 잠수병으로 사망했다. 한 준위는 후배의 처참한 시신을 손수 닦았다. 문 중령은 그런 한 준위의 모습이 그려져 영결식동안 영정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며 차마 고인을 그대로 보낼 수 없어 운구 행렬을 가로 막고 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사나운 바다에서 침몰한 천안함 구조작업을 벌이다 30일 순직한 한 준위를 UDT 대원들은 쉽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한 준위의 생애 마지막 입수 3시간 전에도 문 중령은 한사코 한 준위를 말렸었다. 한 준위, 우리 나이가 몇인가. 이제 예전 같지 않으니 몸 생각하시게. 한 준위가 말려도 듣지 않을 것을 문 중령도 알고는 있었다. 조류가 너무 세. 애들이 들어가면 더 위험하니 내가 가야 돼. 박세환 중사(32)도 언제나 후배들보다 앞장서서 일했던 한 준위의 모습을 기억했다. 늘 먼저 나서서 어려운 일을 도맡아 했던 교관님입니다. 결국 이리 먼저 가십니다.

35년 UDT 대원으로 살아온 고인은 동료와 선후배들의 마지막 배웅 속에 성남화장장으로 향했다. 그 차디찬 바다를 목숨 걸고 들어가더니 이제는 따뜻하신가. 문 중령은 뜨거운 불 속에 들어가는 한 준위를 상주와 함께 지켰다. UDT 전현역 대원들은 대전 국립현충원까지 고인이 가는 길을 따라갔다. 안장식에서 엄숙히 거수경례를 올리며 마지막 인사를 전한 이들은 아쉬운 듯 발길을 쉽게 돌리지 못했다. 문 중령은 유족들이 떠난 뒤에도 한 준위의 유골이 묻힌 현충원에 남아 맨손으로 흙을 털어내며 고인의 묘를 다듬었다. 이렇게 갈 거면 좀 편히 지낼 것을 왜 그리도 열심히 살았는지. 사람들이 떠난 한 준위의 묘에서 문 중령이 쓸쓸히 거수경례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