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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엔 손 벌리고 미국엔 등 돌리고 (일)

Posted April. 03, 2010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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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필요 없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란이다.

이라크 정치인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7일 총선 실시 이후 차기 정권을 잡기 위해 각 정파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이슬람 시아파 국가의 맹주격인 이란에 경쟁적으로 손을 벌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전했다. 이라크 종교 분포를 보면 시아파가 60% 이상으로 다수파다. 반면 그동안 이라크 정치를 좌지우지해 온 미국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란의 명절인 페르시아력 설날을 축하하기 위해 이라크의 쿠르드정파를 대표하는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시아파 세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이라크국민연맹(INA) 소속의 아델 압둘 마디 부통령이 테헤란을 방문했다. 시아파세력의 다른 한 축인 법치국가연합을 이끌고 있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도 대표단을 보냈다. 총선에 참여한 주요 정파 4개 가운데 수니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라키야를 제외한 3개의 정파가 이란을 찾은 것이다.

반면 총선 후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이나 워싱턴을 찾아온 정파는 하나도 없다. 뉴욕타임스는 철군과 함께 이라크에서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도 당연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라크의 시아파세력이 힘을 모아 차기 총리를 배출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년 말까지 이라크에서 완전 철군하겠다고 선언한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정치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이 신문은 이란과 미국이 이처럼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자체가 이라크 정치의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파가 없기 때문에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하다. 법치국가연합은 89석으로 이라키야(91석)에 이어 2위에 그쳤지만 70석을 얻은 INA, 43석인 쿠르드정파의 지지를 받는다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그동안 친미 성향으로 분류돼 온 알말리키 총리가 친이란 성향인 INA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이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이라키야의 수장인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는 불만과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 그는 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라키야의 집권을 방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알라위 전 총리도 내심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눈치다. 이라키야에서 연정 구성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라피 알이사위 부총리가 지난달 31일 주이라크 이란대사를 만난 것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