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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빈티지 따지던 젊은층 요즘엔 막걸리맛 몇개는 알아야 (일)

와인 빈티지 따지던 젊은층 요즘엔 막걸리맛 몇개는 알아야 (일)

Posted February. 23, 2010 09:07,   

포차는 가라

요즘 막걸리집은 이름부터 다르다. 과거에는 포차 대폿집 등으로 불렸지만 개성과 운치를 드러내는 이름으로 확 바뀐 것. 달빛술담 문자르만 해도 달빛술담은 달과 빛, 술과 담소가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며 문자르(Moon Jar)는 달 항아리라는 의미다. 서울 홍익대 부근에 새로 문을 연 막걸리 카페의 이름은 강렬한 느낌을 주는 더 막걸리다. 이 외에도 홍익대 앞 친친이나 압구정동 무이무이 등도 젊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장은 밝힐 수는 없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그룹의 회장님들도 가끔 찾는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사람과 소통을 강조하는 인사들이 막걸리를 소통의 도구로 삼을 때가 많다고 한다. 막걸리바를 내세우는 술집이 때로는 카페의 느낌을, 때로는 갤러리의 느낌을 주도록 인테리어를 하는 것은 세대 간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백화점과 호텔에도 막걸리

유행이라면 뒤처지지 않는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막걸리 관련 강의가 등장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봄학기에 나만의 막걸리 칵테일 파티를 위한 술빚기와 막걸리 전성시대 등 막걸리 강좌를 처음 선보였다.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아줌마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 신세계백화점도 국내 전통술에 대한 이해 가정에서 막걸리 빚는 법 나만의 막걸리 칵테일 만들기 등의 강좌를 개설했다.

최고급 문화의 상징인 특급호텔에서도 막걸리가 인기다. 막걸리 맛의 기본을 유지하면서도 병이나 사발을 별도로 제작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의 이재옥 한식 조리장은 막걸리에 대해 선입견만 버리면 막걸리와 고급문화의 조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호텔은 지난해 8월부터 막걸리를 팔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한식당 음료 매출의 4%를 차지했고 올해 1월에는 10%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워커힐은 올해 벚꽃으로 유명한 워커힐 봄꽃 축제 기간에는 막걸리 존을 만들어 고급 백자 술병과 잔에 담긴 막걸리를 판매할 계획이다.

막걸리는 쉽고 재미있다

막걸리의 대성공을 점치는 사람들은 막걸리가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비교해 말하면 와인은 너무 어렵고 맥주는 너무 식상하다는 것. 요즘 막걸리바에서는 여러 종류의 막걸리를 작은 사발에 따른 뒤 맛을 보고 어떤 막걸리인지 맞히는 게임이 인기다. 와인에 대해서는 구분은 고사하고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막걸리는 잘 맞힌다는 것. 업계 사람들은 이유는 잘 모르지만 우리 안에 숨어 있는 막걸리 DNA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와인 소믈리에이기도 한 막걸리 제조업체 초가의 안승배 연구실장은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고 자부심이 강한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며 우리도 우리 안의 막걸리 DNA를 잘 활용하면 막걸리도 프랑스 와인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트렌드 세터들에게 딱 걸린 막걸리는 그 영역이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막걸리의 생효모, 단백질, 당질, 콜린, 비타민B 등을 피부 노화방지와 미백에도 이용한다. 막걸리 양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손이 나이보다 훨씬 곱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의 미그린 한의원은 동의보감에 기재된 누룩에 대한 효능과 막걸리를 활용한 민간요법을 이용해 피부가 먹는 막걸리라는 내용의 피부 미용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최신 유행의 대명사인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에도 막걸리는 스며들었다. 무료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막걸리를 홍보하는 것. 국내의 막걸리 콘텐츠 관련 모임이 만든 이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전국 11곳의 양조장과 막걸리 맛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양조장으로 전화 연결이 돼 주문도 할 수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 버전이 제공되는데 일본어와 영어 버전은 유료다.



김기용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