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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화폐개혁 주역 박남기 해임 계획경제 복원 - 시장 무력화 실패

북 화폐개혁 주역 박남기 해임 계획경제 복원 - 시장 무력화 실패

Posted February. 04, 20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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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30일 단행된 북한의 화폐개혁 등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복원하려는 일련의 조치를 진두지휘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전격 해임됐다. 정부 당국자는 3일 박 부장의 해임은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박 부장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제부문 현지지도를 거의 빠짐없이 수행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4일 김 위원장의 희천발전소 건설현장 현지지도를 끝으로 수행자 명단에서 사라졌다.

박 부장은 지난해 단행한 화폐개혁과 시장통제, 외환통제 조치 등이 불러온 극심한 후유증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관측된다.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식량 부족, 사회 불안 등 대혼란에 대한 속죄양이 됐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kg당 쌀 가격은 화폐개혁 직후 20원에서 1월 하순 600원대로 올랐고 환율은 지난해 12월 초 달러당 30원에서 1월 하순 530원 정도로 급상승했다. 주민들 사이에는 새 화폐보다는 달러나 상품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 시장 상인들은 상품을 내놓지 않고 주민들은 물건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박 부장의 해임은 북한 지도부가 시장과의 싸움에서 패배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되살린다는 목표로 화폐개혁과 시장외환 통제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1990년대 경제난 이후 확산된 시장의 확산을 바로잡고 주민들이 감춰뒀던 돈을 국가가 강탈하는 방법으로 국가재정을 확충하려 시도했지만 결국 시장에 손을 든 것이다.

북한 당국의 정책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경제의 시장화 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북한은 소비재 상품부터 노동, 생산재, 부동산, 자본(금융)까지 방대한 분야에 걸쳐 시장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공식 경제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임 연구위원은 시장이 없이는 공식 국가경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많은 주민이 시장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북한 최대의 비공식 시장인 평성시장을 폐쇄했지만 주민들은 단속을 피해 인근 골목에서 장사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반()시장적 경제정책이 그토록 원하는 외자 유치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등으로 시장과 상인을 억압하는 반시장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가들은 대북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2005년 하반기 이후 북한 당국이 추진한 보수적 경제정책을 선두에서 이끈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해임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다시 시장을 일부 허용하는 조치를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화폐개혁 이전의 시장 허용 정책으로 유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부장과 함께 북한의 보수적 정책기조를 추진해온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행보도 위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그러나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당국이 시장통제 기조를 바꿀지 매일 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고민이 깊을 것이라면서도 시장통제의 강공 드라이브는 잠시 주춤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정책 완화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