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연내 성사 가능성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다보스 발언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 대통령 귀국 다음 날인 31일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이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 현지에서 한 BBC 인터뷰 발언이 수정 배포된 것과 관련해 혼선이 빚어진 데 대해 책임자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또 김은혜 대변인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놓고 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며 일하다가 빚어진 실수로 이해하고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조만간이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바꿔 기자들에게 전함으로써 혼선을 초래했다. 또 사전에 만나는 데 조건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발언은 아예 빼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의 사과와는 별개로 남북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된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는 발언과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발언에는 현저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현재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공식 움직임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당시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초 BBC 측의 사전 질문에는 정상회담 관련 대목이 없었는데 주로 그 문제를 묻더라. 대통령 답변은 종전의 태도에서 달라진 게 없다. 또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측에 어떤 메시지를 주려 했다면 굳이 BBC 인터뷰 자리에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수석도 대통령 발언의 진의는 한마디로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남북관계를 과거 우리끼리라는 틀이 아니라 보편적 국제관계의 하나로 다뤄나겠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나온다면 언제든 만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임기 내에 굳이 정상회담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이 발언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은 마치 뭔가 진행이 더 빨리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오해를 줄 수 있어서 마사지(수위 조절)를 하다 보니 그렇게 (수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간에 공개되지 않은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을 여지를 배제하긴 어렵다. 이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공식 비공식 라인으로부터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 이 수석은 (대통령이) 여러 흐름을 알고 있으니 감()을 얘기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이 모르는 정보에 기반한 감을 갖고 있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추진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CNN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 대통령의 활동상을 하루 동안 밀착 취재한 뒤 30일 오전 방영한 특집프로그램에서 그랜드바겐(북핵일괄타결) 제안과 관련해 북한 내부 사정도 있기 때문에 곧바로 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랜드바겐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관계는 이제까지는 6자회담에서 스텝 바이 스텝(단계적으로)으로 진행했지만 우리는 일괄타결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결국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관 yongar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