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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만이 살길인데

Posted February. 01, 20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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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곳곳이 성국()이다(단식 마지막 날), 추워서 벌들조차 오지 않는다(66일째), 힘이 없고 입에서 짠물이 나온다(61일째) 유기농업만이 살길이다(51일째).

유기농업의 대부라고 불려온 강대인 씨(59사진)가 남긴 10쪽 안팎의 영농일지에 쓴 고뇌의 글들이다. 강 씨는 1월 30일 낮 12시경 전남 고흥군 남양면 팔영산 남동쪽 8분 능선에 있는 암자 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 씨는 지난해 11월 3일부터 89일째 단식기도를 하고 있었다. 부인 전양숙 씨(51)와 맏딸 선아 씨(27)가 그를 발견했을 당시 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기도하는 자세였다. 경찰은 강 씨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선아 씨는 아버지가 이번 100일 단식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절대 오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걱정이 돼 세 번째로 찾아갔었다며 흐느꼈다.

강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농업, 환경, 국가를 위한 단식기도를 시작해 그동안 20여 차례 단식기도를 했다. 그는 농업이 살면 다 살 수 있다. 몸에 좋은 유기농 쌀을 모든 국민이 먹을 수 있는 것이 평화다라는 신념을 평생 실천했다. 그는 1977년 아버지가 농약 중독 후유증으로 숨을 거둔 것에 충격을 받아 10만 m(약 3만 평)의 땅에 농약 대신 산야초, 목초액, 쌀겨를 쓰는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1995년 국내 최초로 유기재배품질 인증을 획득한 그는 33년 동안 유기농업을 실천하며 쌀 종자 300400종을 개발하고 100여 종을 특허출원해 쌀 도사란 명성을 얻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마동리에 우리원교육관을 만들어 생명의 쌀, 백초액, 어성초, 함초액 등의 제조 비법을 농민들에게 전수했다.

빈소가 차려진 보성군 벌교읍 삼성병원 장례식장에는 31일 전국에서 친환경농업인 1000명이 찾아와 그를 추모했다. 강 씨의 가업은 대학 졸업 후 귀농한 큰딸 선아 씨가 이어간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