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29일 중국이 영국 정부의 감형 요청에도 영국인 마약범을 처형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1842년 중국과 영국 간 아편전쟁은 이후 100년 동안 중국이 서양에 유린당하는 굴욕적인 역사의 시작이었다. 당시 영국은 무역 적자를 만회하려고 아편을 중국에 팔았고 중국 청나라가 이를 단속하자 전쟁을 일으켰다.
영국은 이번 사형집행을 강력히 비난하는 동시에 중국 측이 논점을 흐리고 있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를 둘러싼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의 간청을 묵살한 중국
중국 당국은 마약을 다량 소지했던 영국인 아크말 샤이크 씨(53사진)에 대한 사형을 29일 집행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이민자의 후손인 샤이크 씨는 2007년 9월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에서 헤로인 4.03kg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최근 그에 대한 하급심의 사형선고를 확정하고 집행일을 29일로 결정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반경 우루무치에서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사형됐다. 최근 반세기 동안 중국에서 처형된 첫 유럽인이다. 샤이크 씨는 처형 직전 가족과 마지막 면회를 했다.
구명을 위해 총력을 다해 온 영국인들은 경악하는 분위기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성명을 내고 샤이크 씨의 처형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비난한다며 소름이 끼치며 끊임없는 구명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것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교장관도 샤이크 씨의 정신상태와 재판 과정에서 부정확한 통역문제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사형을 집행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헌진 mungchi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