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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 명소 여수 향일암 불(일)

Posted December. 21, 20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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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 명소인 전남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향일암(전남도문화재 자료 40호)에서 불이 나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일출제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20일 0시 24분경 여수 금오산 중턱 해발 150m에 자리한 향일암 대웅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규 향일암 총무스님은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대웅전 처마에서 불길이 치솟아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불이 난 직후 향일암에 있던 승려, 신도, 공사 관계자 등 24명은 서둘러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 대웅전 불티가 인근 5m 안팎에 위치한 종각, 종무소까지 번졌다. 불은 대웅전(51m), 종각(26.9m), 종무소(16.5m)를 모두 태워 5억9000만 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3시간 만에 꺼졌다. 화재 피해를 본 건물 3개 동은 1970년부터 올해까지 새롭게 조성된 곳이다.

불이 나자 소방대원, 공무원, 주민 등 294명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소방차도 39대나 동원됐다. 소방대원들은 향일암 안에 있는 저수조 3곳에 담긴 물 25t을 관음전, 삼성각 등 사찰 5개동에 뿌려 불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대웅전 잔불 정리 작업을 하던 주민 이모 씨(42)가 달궈진 바위조각에 머리를 부딪혀 찰과상을 입었다. 사찰 측은 지난해 사찰 관내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줄 것을 여수시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소방서는 향일암 관계자가 화재 발생 4시간 전 대웅전 내 촛불 4개, 연등 1000개를 모두 끄고 백열등 3개만을 켜놓았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웅전 불길이 갑자기 처마 위로 치솟은 점을 감안해 방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화재현장에서 정밀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여수 시민들이나 상인들은 연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향일암이 화재로 잿더미가 되자 망연자실하고 있다. 여수시는 이달 31일부터 내년 첫날인 1일까지 개최할 예정이었던 향일암 일출제 추진 여부도 고민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21일 시민들 의사를 수렴해 내년 일출제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향일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인 화엄사의 말사(본사의 관리를 받는 작은 절)로 원효대사가 659년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했다.



이형주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