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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황하는 백수 양산하는 진로교육 후진국

[사설] 방황하는 백수 양산하는 진로교육 후진국

Posted July. 14, 20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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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등학교의 95%가 학생들을 산업체에서 직업 훈련시킨 경험이 없다고 대답했다. 반면 핀란드는 96.5%, 영국은 84.7%, 덴마크는 87.15, 스웨덴은 79.3%의 학교에서 재학생의 절반이상이 산업체 훈련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분석 결과 학생들이 얼마나 다양한 직업 경험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직업박람회 참여, 기업인 강연, 기업체 방문 같은 지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다.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재학 중 직업 현장을 한번 구경도 못한 채 진로()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진로 교육의 부재로 인해 어떤 전공이든 무조건 대학이나 들어가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연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4년제 대학에서 어학연수와 취업 준비로 5,6년 이상 캠퍼스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학생이 허다하다. 대학 졸업자들 중에는 직장에 들어가 한 두 해 다니다 뛰쳐나와 전공을 바꿔 다시 대학을 들어간다거나 뒤늦게 유학을 가겠다고 해 부모 마음을 애타게 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황금 같은 시간의 낭비일뿐더러 국가적으로는 아까운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서울 한 구청의 환경미화원 모집에 응시자의 37%가 전문대학 이상이었고 물리학 박사 학위 소지자까지 지원하는 현상도 대졸자 과잉 공급에 따른 하향 취업 사례다. 1995년 고졸자의 51.4%가 대학에 진학했던 데 비해 2008년엔 83.8%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문만 넓혀놓고 진로교육은 등한시한 교육정책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학교를 졸업하고도 일하지 않거나 일할 의지도 없는 이른바 니트족이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대졸 신업사원 평균 연령이 갈수록 고령화하는 현상도 따지고 보면 부실한 진로 교육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업들은 구인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 백수들은 늘어만 가는 기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 학생들은 언어는 1위, 수학은 2위, 과학은 7위를 차지할 정도로 학업 성취도는 높지만 자신의 적성과 직업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낮은 수준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서 일할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한다. 어제 인기를 끌던 직업이 바닥으로 떨어지거나 사라지고 그들이 한참 활동할 미래에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