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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노동당간부가 털어놓은 내부 상황

Posted March. 19, 2009 09:51,   

그런데도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통화에서 북한식 논리에 세뇌된 경직된 사고방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를 통해 현재 고위층이나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내부상황은 어떤지 참고할 만한 대목이 많아 소개해 본다.

주민통제 강화

가장 먼저 최근 북한이 내부적으로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과거의 병영관리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을 던졌다. K 씨는 개혁하기 위해서는 (문호를 열기보다)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잘사는 유일한 길은 개혁을 실시하는 것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베트남을 모델 삼아 총리까지 파견해 배워왔다. 하지만 지금 북한 내부사회의 기강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식량난 때문에 너무 해이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을 하면 무질서를 통제 못해 소련처럼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큰 전투를 치르려면 우선 대열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대해서도 물었다.

나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요새 사람들 말이 (장군님이) 강성대국이 별거냐. 남조선 경제 위에 우리 탱크를 올려놓으면 그게 강성대국이다라고 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건 전쟁을 하자는 말이라기보다 우리 정책이 군사력 중시로 계속 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개성공단

개성공단을 볼모로 남한을 압박하면서 대북 투자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K 씨는 한마디로 자존심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 때 들고 나왔던 대북정책을 조금도 양보 없이 행동에 옮기고 있기 때문에 북한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남쪽에 그런 정책을 펴면 어떻게 행동하겠다고 분명히 경고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으니 우리도 우리가 한 말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자존심 하나로 버텨 온 우리다. 자존심 경쟁에선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다.

우리는 정신력이 무기다. 열 번 맞더라도 일본이나 남조선을 한 번만 때릴 수 있으면 그쪽은 우리에게 끌려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 지도부도 속내로는 개성공단이 잘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계 문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가 남쪽에서 큰 관심거리라고 말하자 K 씨는 최근 27세 되는 아들이 후계자가 됐다는 말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소문은 지도층의 면밀한 계산에 따른 것일 거라고 추정했다.

북한식 방식으로 봤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누구라고 발표를 하는 것보다는 소문을 내고 슬며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서 점차 후계자로 인정받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식량 문제

K 씨에 따르면 북한 내 쌀값은 최근 많이 안정됐다. 지난해 봄 한때 쌀 1kg이 북한 돈 3000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1700원 정도이고 옥수수도 1kg에 700800원대라는 것. 무역을 통해 중국의 식량이 꾸준히 넘어가고 있고 휘발유 등 연료가격도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한편 요즘 북한 돈 5000원짜리와 함께 대북 삐라가 계속 살포되는데 이에 따른 주민 동요가 있느냐고 묻자 K 씨는 어차피 수거해 태워야 할 삐라인데 수고비까지 넣어주니 고맙다고 대꾸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