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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육로통행 재개 남인력 억류 하루만에 풀어

북육로통행 재개 남인력 억류 하루만에 풀어

Posted March. 11, 200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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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일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오가는 남북간 육로 통행을 하루 만에 재개했다. 군 통신 차단을 통한 한국인 억류는 하루짜리 협박으로 끝난 셈이다. 하지만 언제라도 북한에 억류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인지 이날 남북간 인원 및 차량 통행량은 대폭 줄었다.

북한 억류 위협에 인원 대폭 줄어=북한은 이날 오전 9시 10분경 동서해지구 군사실무 책임자 명의로 2개 문건을 남측에 보내 전날 차단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의 남북간 육로 통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개성공단으로 들어갈 예정이던 인원 706명과 차량 424대 중 247명과 179대가 이날 오전 북한으로 건너갔다. 금강산으로는 예정된 인원 51명과 차량 19대 중 3명과 3대가 육로로 방북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상당수 예약자가 전날 북한의 제한조치에 따라 방북을 사전에 포기하고 출입사무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오전 9시 출경 예정자(개성공단 233명)는 북한 측의 통보가 늦어 방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행량이 줄어든 것은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방북을 허용했지만 언제든 북측의 마음이 바뀌면 남측 인력은 현장에 억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잡한 절차에 재단절 위협 상존=북한 측은 여전히 군 통신을 단절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날 남북 통행은 복잡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경협기업 등 방북 희망자들이 국내의 출입시스템을 통해 통행을 신청하면 일단 정부가 승인 여부를 판단하고 통일부 개성공단지원단을 통해 명단을 KT 통신선으로 북한 내 개성공단관리위원회로 보낸다.

관리위원회는 이 명단을 상대방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으로 보내고 총국 담당자가 이를 북한 군부에 보내 최종 허락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과거 군 당국 간 전화 통화로 처리하던 일을 전화와 팩스, 인편까지 동원해 몇 단계나 거쳐야 하는 셈이다.

김 대변인은 9일 이전 수준으로 통행의 자유가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하루 만에 통행이 재개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남북관계 악화 등을 이유로 다시 통행을 차단하고 한국인들을 억류할 경우 별다른 대책도 없이 통행을 허가한 정부에 책임이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돌변 원인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북한이 불과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데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고도의 정치적 목적을 노린 계획적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치고 빠지기 전략의 선수라며 한국과 미국 정부 등에 민간인을 억류할 수 있다는 무기를 보여주고 실제 장기 억류에 따른 부담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혼란일 가능성도 있다. 군 최고지도부가 통신을 차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로 인해 개성공단 통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실무적인 측면을 미리 계산하지 못해 빚어진 실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사불란한 북한 체제의 특성상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10일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월급날로 남측에서 약 300만 달러가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에 처한 북한 지도부도 사태 악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피하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개성공단을 폐쇄하자는 강경파들의 건의에 그러면 다른 달러벌이 대책을 세우고 폐쇄하라며 거부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해 이후 세 차례나 공단 폐쇄를 지시했지만 1달러가 급한 경제일꾼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상반된 설을 전하는 소식통도 있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