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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정권 답답했던 1년, 이대로는 안 된다

[사설] 이정권 답답했던 1년, 이대로는 안 된다

Posted February. 25, 200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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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대선에서 당선됐다. 취임사에선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하게 만들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회를 통합하고, 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 통일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국민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지난 1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외생변수와 반대 세력의 집요한 저항을 감안하더라도 국정을 다루는 솜씨가 미숙했다. 한마디로 답답한 1년이었다.

지금의 경제 현실은 747(임기 내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와 세계 7대 강국 달성) 공약 실현은 고사하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만을 바랄 정도로 심각하다. 물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이 극심한 가운데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경제난을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경제 대통령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묻고 싶은 게 국민의 심정이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투자활성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입법이 시급한데도 정부는 국회만 바라볼 뿐 외환위기 때처럼 무기력한 모습이다. 구조조정도 지연되고 신용경색은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지만 눈에 보이는 몇몇 규제만 뽑았을 뿐 정작 시장경제의 흐름을 저해하는 실질적 규제는 그대로 아닌가.

공기업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305개 공기업 가운데 25개를 11개로 통폐합하는 데 그쳤다. 정부를 유능한 조직으로 바꾸고 일 잘하는 정부로 만들겠다는 다짐도 무색하다. 도처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고, 없애겠다고 한 위원회를 슬금슬금 만들어 책임을 분산,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법과 질서의 회복을 강조했고, 예외 없는 법질서 준수를 100대 국정과제의 11번째 항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법과 질서가 확립돼 가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다.

경찰이 반미, 친북세력에 폭행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불법 시위에 대한 대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사태 때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고백함으로써 엄정한 법질서의 수호와는 거리가 먼 감상적인 면모를 보여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용산 재개발 참사문제 처리에서는 경찰 진압의 적법성과는 무관하게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사실상 경질함으로써 법치의 기회주의적인 행태마저 보였다.

과거 정권에서도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같은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부는 특히 인적 구성과 내용에서 문제가 많았다. 10년간의 공백에 따른 협소한 인력 풀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명망가 인사, 온상 체질의 인사, 무늬만 아름다운 인사에 치중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다보니 국정을 다루는 솜씨와 실력이 떨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였다.

물론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훼손됐던 한미동맹을 회복했고, 여러 분야에서 미국 일본 등 우방과의 공조 기반도 확고히 다졌다. 남북문제도 비정상적 관계를 정상적 관계로 되돌리는데 따른 진통이 크긴 하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고수해왔다는 점은 평가할만 하다.

청와대는 지난 1년을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극복과 위기 이후 도약과 번영의 기틀을 다지는 노력을 병행하는 투 트랙으로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자체 평가했다. 그러면서 통화스와프를 통한 금융위기 우려 해소, 주변 4강과의 관계 개선, 경제 살리기를 위한 규제 개혁, 신() 성장동력 기틀 마련, 정부조직 슬림화 등을 주요 성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국민이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이런 인식의 괴리가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기존 세력과의 갈등과 마찰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실수와 실패, 시행착오는 지난 1년으로 충분하다. 이 대통령은 겸허만 마음으로 과오를 반성하고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새로운 국정 운영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올 한 해의 성과에 정권이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