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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배드뱅크 구조조정기 역할 재부상 한때 폐지 주장 국회서도 4

한국판 배드뱅크 구조조정기 역할 재부상 한때 폐지 주장 국회서도 4

Posted February. 17, 2009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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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로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배드뱅크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는 가운데 한국판 배드뱅크 격인 캠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캠코는 외환위기 당시 미국 정리신탁공사(RTC)를 본떠 만들었지만 RTC가 폐지됨에 따라 이제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배드뱅크로 꼽힌다.

11년 만에 돌아온 특급 해결사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보유비율이 1.11%로 1% 선을 넘어서면서 부실채권 정리의 필요성이 커졌다. 미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2.23%)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한국 경제를 집어삼킬 화마(부실)를 처리하는 소방수(부실정리기관) 역할을 캠코에 맡겨야 한다는 정부 안팎의 의견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캠코 폐지를 주장했던 국회가 작년 말 캠코에 4000억 원을 추가 출자토록 허용하는 등 부실 정리과정에서 캠코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캠코는 13일 금융기관 담당자들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매입을 위한 첫 회의를 갖고 전 금융권을 상대로 PF 대출 매입 협상에 들어갔다.

캠코는 또 내부 분석을 거쳐 최선, 최악, 보통으로 구성된 3가지 시나리오로 경제위기가 전개될 것으로 보고 상황별 대처방안을 만들었다. 금융권 부실 규모가 70조 원대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일각의 경고가 현실화되면 캠코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만큼 주도권 쉽지 않을듯

1998년 한국은 참담했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나고 대기업 부도가 속출하는 등 건국 이래 최대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가 부실채권 처리 전담기구인 캠코를 설립한 것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캠코는 채권 발행과 금융회사 출연금으로 조성한 부실채권 정리기금 39조4000억 원을 운영하면서 111조 원에 이르는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대기업 부도로 휘청거리던 은행들은 캠코의 부실 정리 덕택에 클린뱅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캠코가 외환위기 때처럼 대규모 공적자금을 근간으로 부실 정리의 총책임을 떠안을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부실채권 인수의 주도권을 캠코가 쥐는 게 쉽지 않다. 외환위기 당시 신충태 씨를 비롯한 캠코의 인수전략팀은 위기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채권 평가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은행들의 채권평가 기법이 캠코 수준에 올라와 있고 그때만큼 은행의 상황이 다급하지도 않아 캠코의 가격 협상력은 과거보다는 떨어진 상태다. 부실채권 정리에 정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다.

정밀한 부실 측정이 관건

캠코가 최근 부실채권 정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배드뱅크 설립이 무산되면서 배드뱅크가 과연 효과적인 부실 정리 방안인가라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선 부실채권의 가격을 산정하는 주체가 분명치 않은 데다 은행이 부실자산을 싼값에 처분한 뒤 생기는 자본잠식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미 은행들에 경영 간섭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지원키로 한 마당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보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이철휘 캠코 사장은 캠코가 머뭇대거나 주저한다면 금융위기의 불길이 국가 경제 전체로 번질 수 있다며 속도감 있는 부실 정리가 필요할 때 캠코의 역할은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