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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입에 휘둘리며 갈팡질팡

Posted July. 17, 2008 08:30,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 16일로 발생 6일째를 맞았지만 정부와 현대아산이 진상 규명에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가해자인 북한의 입에 일방적으로 휘둘리고 있다.

정부는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 당국의 통민봉관(한국 당국을 제치고 민간과만 대화) 전술에 막혀 민간 기업인 현대아산에 귀동냥을 하는 처지다. 현대아산은 안전관리 소홀의 책임이 드러난 데 이어 진상 규명 과정에서도 사실상 북한 측 주장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날 피해자 박왕자(53) 씨에 대한 부검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박 씨가 두 발의 관통총창(총알이 몸을 뚫고 지나감)을 입어 간과 폐 등 장기 손상과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동조사단은 현장조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신과 옷 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총격 거리 총격 당시의 피해자 상황 가해자 수 등 진상 규명에 필수인 핵심 쟁점은 사실상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5일 오후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을 면담한 뒤 새로 밝혀진 것이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정부는 12일과 15일 모두 여섯 차례 판문점을 통해 북한 측 연락관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진상 규명을 위한 당국 간 대화를 촉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씨가 숙소인 비치호텔을 출발한 시간이 당초 알려진 4시 31분보다 13분 이른 오전 4시 18분이라고 정정했다.

현대아산 측은 호텔 폐쇄회로(CC)TV의 시간이 실제보다 12분 50초 이르게 잘못 설정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현대아산은 진상 파악의 핵심 단초가 될 결정적인 시간을 틀리게 발표하고 6일 동안 정정하지 않아 국민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윤 사장은 또 박 씨가 군사경계구역을 알리는 펜스를 넘어 800m 지점까지 진입했으며 군인의 저지로 500m를 도망친 지점에서 총에 맞았다고 말했다. 이는 많은 국민이 신빙성을 의심하는 북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사정이 급해진 정부는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다른 우방에서도 이번 사안의 부당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국제공조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 정부나 국제사회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아 사건 진상 규명은 장기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