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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스쿨 대란()

Posted February. 04, 2008 03:04,   

세금이나 특허, 국제거래 등 모든 분야에 해박한 법률가는 없다. 오늘날 전문화 시대에 판검사 경력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법률문제가 수없이 많다. 법정소송 위주로 일 해온 판검사 경력자나 변호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 전문화된 법률지식이 필요한 사회 각 분야에 양질()의 값싼 법률서비스를 제공케 하자는 것이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다. 그러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각 대학의 자존심 싸움으로 지금 로스쿨 대란을 겪고 있다.

로스쿨 총 정원은 변호사의 증가를 원하지 않는 법조계와 대폭 증가를 요구하는 대학의 갈등의 소산이다. 로스쿨 제도 자체는 대학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로스쿨 총 정원은 2000명, 예비인가 대학과 정원은 25개 대학에 40150명씩으로 1차 발표됐다. 그러자 명단에 끼지 못했거나 정원에 불만을 품은 대학들이 벌 떼같이 일어섰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선 총장들이 직접 확성기로 구호를 선창하는가 하면 주먹을 불끈 쥐고 투쟁을 북돋우는 모습도 보였다.

경상대 측은 교내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교수직 사퇴로 맞설 것임을 다짐했다. 조선대 총동문회는 광주 도심에서 시민궐기대회를 열고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단국대 등은 신문광고까지 내 소송불사를 외쳤다. 동국대는 종교(불교)에 대한 편향 의혹을 제기했다. 로스쿨 유치에 모두 걸기(올인) 해온 전국 40여개 대학의 대다수가 불만이다. 그동안 교수진 및 시설확보에 쏟아 부은 막대한 돈 때문에 각 대학은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교육부는 특정 대학을 추가하라는 청와대 압력에 항명하는 기상천외한 일도 벌어졌다. 여기에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윤승용 전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은 원광대의 로스쿨 유치에 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해 불공정 심사 의혹까지 보탰다. 이 마당에 로스쿨 최종안이 예정대로 오늘 발표될지 미지수다. 로스쿨 대란은 이제 대학들의 줄 소송사태로 제2라운드를 맞을 전망이다.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차기정부도 로스쿨 파고()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 같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