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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국정원장의 대선 전날 방북, 청문회 감이다

[사설] 김국정원장의 대선 전날 방북, 청문회 감이다

Posted January. 05, 2008 07:23,   

대선을 하루 앞둔 작년 12월 18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했음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초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 중앙식물원에 기념식수한 소나무에 표지석()을 설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국민을 놀리겠다는 것인가. 국가 정보기관의 총수가 표지석 때문에 대선 전날 몰래 북한에 들어갔다니, 이 말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국정원장은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가.

김 원장의 방북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가를 얻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노 대통령이 직접 경위를 밝혀야 한다. 대선 전날이면 공직사회가 전면 비상상태여야 할 시점이다. 일선 경찰서의 간부들까지도 비상대기를 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장이 자리를 비우고 평양에 갔다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해명을 거부한다면 국회는 청문회라도 열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결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시중에는 당시의 선거용 북풍() 기획설이 난무하고 있다. 무슨 수를 써도 대선 판세를 뒤집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여권()이 북측에 모종의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노 대통령 재임 중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심지어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언급한 바 있는 퇴임 후 방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그간 현 정권과 북의 행태를 보면 이런 얘기들을 무시해버리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북은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의 집권에 반대했고, 이 정권은 국민 다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에 유난히 많은 경협과 지원을 약속했다. 김 원장의 방북이 그 연장선에서, 그것도 은밀하게 이뤄졌으니 현 정권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무슨 거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나 김 원장 모두 제정신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좋은 일로 방북할 일이 생겼다고 해도 대선 전날에는 피하는 것이 백번 옳았다. 노 대통령은 과거 야당 시절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외쳤던 사람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오늘 국정원 업무보고 때부터 김 원장 방북의 전말을 엄중히 추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