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간직한 꿈
회사원 조계덕(47) 씨는 대선 후보로 등록하자 아내가 또라이 남편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그는 아내에게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 모양으로 정치를 하니 또라이가 한번 제대로 해 보겠다고 답했다. 컴퓨터프로그래머 출신인 조 씨는 대통령 피선거권은 헌법에도 보장된 권리 아니냐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충북 음성군에서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박노일(52) 씨 역시 나도 보통사람이고, 대통령도 보통사람인데 나라고 못할 게 뭐냐고 반문했다.
삼성생명 본부장까지 지낸 조화훈(55) 씨도 정치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조 씨는 대기업 근무도 해 봤고 사업해서 큰돈도 벌어봤는데 항상 뭔가 허전했다고 말했다. 이런 조 씨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내와는 3년 전 17대 총선 때 갈라섰다. 조 씨는 총선 후보로 등록해 공약을 준비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는 한계가 많을 것 같아 출마를 포기하고 대선을 준비했다며 경제를 발목 잡지 않는 정치를 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젊었을 때부터 정치판을 기웃거리다 평생 소원을 푼 이도 있다. 직업을 종교인이라고 밝힌 최상면(52) 씨는 20대 때부터 정당 활동을 하며 정치전문대학원까지 마쳤다. 의욕이 대단한 그는 이번에도 등록 첫 날, 그것도 첫 번째로 등록을 마쳤다.
최 씨는 등록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지난달 23일 아침 일찍 가 보니 벌써 대여섯 명이 기다리고 있어 제비뽑기로 순번을 정했는데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직업 정치인 못 믿겠다
사업가 심만구(59) 씨는 기성 정치인들이 못 미더워 출마를 결심했다. 30여 년간 건축자재 도소매업을 하며 친환경 건축자재 발명 특허도 갖고 있는 심 씨는 특허 등록을 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한계를 절감했다.
그는 환경부에선 과학기술부로 가라, 과기부는 산업자원부로 가라, 산자부는 건설교통부로 가 보라고 했는데, 여러 부처를 전전하면서 우리가 국제 경쟁력에서 밀리는 이유를 알았다며 기술천시문화를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의 모 구청에서 청원경찰로 일하는 전기동(52) 씨는 몸은 비록 지자체에 있지만 국정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까지 마친 전 씨는 특히 국제정세에 관심이 많다. 그는 우리나라가 주변의 수많은 강대국 사이에서, 그것도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 통일국가가 되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나름의 포부를 내비쳤다.
성직자들도 가세했다. 목사인 장기만(54) 씨는 성경대로만 하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주장을 펼쳤고 승려인 이진석(54) 씨는 문화콘텐츠 역량을 강화해 대한민국의 빚을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통일국가가 되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나름의 포부를 내비쳤다.
여성 대통령 후보들
여섯 명의 여성 후보 중 한 명인 민말순(60) 씨는 경기 안양시의 우체국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아침부터 하루 종일 쓸고 닦아 한 달에 80만 원을 받는다. 5년 동안 10원 한 푼 안 올랐다. 그런데 공무원들을 보면 배고픈 사람 심정 모르고 주머니 벌려 자기 욕심만 챙긴다. 청소부 출신으로 대통령이 되면 일도 안 하고 노는 사람들을 싹싹 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당선 가능성을 묻자 그는 갑자기 솔직히 우리 집 개가 들어도 웃지. 청소부가 대통령이 되겠다는데 다들 웃지. 그래도 웃음거리 한 번 돼 보자,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논픽션 작가인 이나경(41) 씨도 등록을 마쳤다. 이 씨는 유능하다는 분들이 보여준 게 서로 헐뜯고 싸움질하는 거밖에 더 있느냐며 정치인들은 국민 눈치도 안 보고 뻔뻔하게 싸우고, 국민은 당연한 듯 그 싸움판을 보고 있다고 한탄했다.
남편 서경석(42) 씨도 이런 아내의 생각을 지지한다. 서 씨는 화려한 경력과 정치활동이 대통령의 자질 기준은 아니다라며 사회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데는 아내가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이들 대부분은 기탁금 5억 원을 내야 하는 정식 후보 등록에 대해선 글쎄라는 반응을 보였다.
강혜승 fineda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