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나 등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종로구청 세무담당 공무원이 전산망을 조작해 수억 원의 세금을 깎아 주고 뇌물을 챙겨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현재 서울시의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세금종합전산망은 담당 공무원이 자신이 부과한 세금뿐 아니라 동료가 부과한 세금까지 임의로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비리를 막는 시스템은 마련해 놓지 않아 이번에 적발된 사건이 1994년 인천지역의 세도()사건처럼 광범위하게 퍼진 비리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종로구청 세무과는 감사를 받았지만 이번 비리를 적발해내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간편한 세금 취소=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13일 종로구청 세무1과 7급 공무원 김모(48) 씨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숙박업을 하는 하모(66) 씨에게서 세금 감면 청탁과 함께 현금 150만 원을 받고 세무종합전산망에 접속해 하 씨와 그의 부인, 처남 명의로 부과된 부동산 취득세 및 토지세 1억1644만 원 가운데 1억554만 원을 감면해 줬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지난해 10월 자동차세와 주민세 등을 담당하는 세무2과로 옮길 때까지 11명에게 부과된 세금 3억7600만 원을 취소 또는 감면해 주고 390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모두 30차례에 걸쳐 세금 부과 내용을 조작했는데 이 중 18차례는 동료 공무원이 부과한 것이었다.
현재 서울시의 전 구청이 운영하는 세금종합전산망은 부과징수 담당 공무원이면 누구나 동료가 입력한 세금 내용까지 임의로 수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종로구청 세무1과의 부과징수 담당 공무원은 19명이다.
경찰은 김 씨가 경마와 주식 등으로 1억4000여만 원의 빚을 져 지난해부터 봉급이 압류돼 왔다고 전했다.
내부 비리에 취약한 세무전산망=1994년 인천 북구청과 경기 부천시에서 100억여 원의 지방세를 횡령한 대형 세무비리 사건이 발생한 뒤 정부는 세무행정 전산화 작업에 나섰지만 여전히 허점투성이다.
무엇보다 징수된 세금을 취소할 때는 과장(1000만 원 미만) 또는 국장(1000만 원 이상)의 결재를 받도록 돼 있지만 김 씨처럼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이중 부과나 입력 오류 등의 이유로 한해 세금 액수가 변경되는 건수가 서울시에서만 52만여 건에 이르기 때문이다.
부과된 세금을 수정할 때는 누가, 언제, 얼마나 수정했는지 기록이 남지만 건수가 너무 많아 담당 직원이 고의로 결재를 누락하더라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일선 세무 담당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여름 종로구청 세무1과도 감사를 받았지만 김 씨의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 김 씨는 올해 1월 300여만 원의 취득세 납부와 관련해 상담을 받으러 간 A 씨에게 150만 원을 주면 세금을 취소시켜 주겠다고 말했다가 A 씨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김동욱 이현두 creating@donga.com ruch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