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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7대학에 한국정원 만든다

Posted June. 16, 200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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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7대학 동양학부 한국학과장인 마틴 프로스트 교수는 요즘 콧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새로 이전하는 캠퍼스에 마침내 한국정원을 지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주 프랑스를 방문한 한명숙 국무총리는 파리7대학 새 캠퍼스에 들러 한국정원 조성에 필요한 5만유로(약 6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로스트 교수는 3년 만에 겨우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고 말했다. 프로스트 교수는 3년 전 동양학부가 새로 입주하는 건물의 5층, 하늘이 보이는 공간에 한국정원을 설치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 학부 전체의 동의를 얻었다. 곧바로 설계도를 만들었지만 문제는 건축비였다.

프로스트 교수의 눈물나는 노력이 시작됐다. 우선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부탁했다. 그러나 재단측은 학술 활동에 대한 지원은 할 수 있지만 정원 짓는데 돈을 댈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도, 안면이 있는 정치인들에게도 편지를 보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올해 초에는 청와대에도 편지를 보냈으나 답변이 없었다.

그러던 중 3월초 잠시 기대가 싹텄다. 파리에 체류 중인 소설가 황석영 씨가 한국에 다녀온 뒤 이해찬 총리에게 얘기했고, 잘될 것이라고 전한 것.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 뒤 이 총리가 사퇴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인 지난달 중순 주철기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로부터 이번에는 진짜 잘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고, 지난 주 한 총리가 지원을 약속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단순히 한국식 정원을 짓는 차원을 넘어 한국학의 위상과도 연관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파리7대학은 유럽에서 한국학 강의가 시작된 곳이다. 최근 한국학은 중국학, 일본학에 밀려 유럽에서 점차 자리를 잃고 있다.

프로스트 교수는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 한국학이 파리7대학에서 사라질지 모를 일이라면서 하지만 한국이 지원해준 정원이 있는 한 그렇게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지원을 거절했던 국제교류재단도 이런 인식에 공감해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스트 교수는 더 나아가 한국정원 설치를 계기 삼아 5층 구석자리로 예정돼 있던 한국학연구소를 한국정원에 맞닿은 목 좋은 곳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프로스트 교수는 초기부터 각계각층에 지원 편지를 써주면서 힘을 실어준 주 대사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더불어 지난해 8월 국내에 이 사연을 처음 소개한 동아일보와, 최근 후원회를 결성한 서울 아현초등학교 44회 동창생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고 프로스트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