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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정치 모델 보면 국정이 보인다

Posted June. 06, 200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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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평가의 기준은 도덕성, 용기와 결단 등 많지만 핵심은 역사와의 관계다. 역사를 진보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갔느냐, 퇴보하는 방향으로 역류시켰는가가 최고 기준이다.(2004년 5월 연세대 리더십 특강)

노무현 대통령은 이처럼 역사와의 관계를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아왔다. 그리고 역사를 진보시킨 지도자를 이상형으로 삼아 정국의 고비마다 자신을 다잡았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에 이어 5•31지방선거 참패 직후인 2일 캐나다 보수당의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 얘기를 다시 끄집어낸 것도 같은 맥락. 다만 노 대통령이 주로 거론한 외국 지도자는 시기별로 차이가 있다.

닮고 싶었던 링컨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상형으로 삼은 외국 지도자는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었다. 2001년 말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까지 펴냈다.

노 대통령과 링컨은 인생역정에서 닮은 점이 많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다. 정치적 실패를 거듭했지만 대통령이 된 것, 두 사람 모두 16대 대통령이라는 점도 같다. 노 대통령은 노무현이 만난 링컨서문에서 링컨은 불의와 정의, 승리와 패배 같은 용어를 멀리했고 남과 북을 하나의 공동체로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남북통합을 이뤄낸 링컨의 리더십을 지역구도 타파를 내건 자신의 리더십과 연결지었다.

탄핵 전후 심취한 드골

노 대통령은 2004년 3월 탄핵소추로 대통령 직무정지에 들어갔을 때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이란 책에 빠졌다. 대통령 직 복귀 후 이 책을 쓴 이주흠(현 주미얀마대사) 외무관을 신설된 대통령 리더십비서관에 전격 발탁했다.

1958년 위대한 프랑스 건설을 외치며 제5공화국을 출범시킨 드골은 알제리 독립문제, 대통령 직선제 등을 위해 대통령직을 걸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국가 중대사 해결을 위해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돌파형 지도자였다.

노 대통령도 2003년 말 측근비리가 터졌을 때 국민을 향해 직접 재신임을 묻는 방식으로 위기정국 돌파를 시도했다. 지난해 한나라당을 향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도 임기 단축을 내걸어 파장을 낳았다.

부러운 고이즈미와 슈뢰더

노 대통령이 지난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가장 많이 거론한 인물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였다.

두 사람은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 때 자신의 진퇴를 걸고 의회 해산 및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던 공통점이 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에 대해 일본과 독일처럼 대국민 승부수를 던지고 싶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의회해산과 총선 실시라는 승부수는 내각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대통령제의 중심에 있는 노 대통령이 당시 너무 이상주의적으로 접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대에는 실패한 혁명가 정도전

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조선조 개국공신인 정도전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 노 대통령은 정도전은 이방원(태종)에 패했지만 조선 500년을 지배한 혁명을 성공시킨 사람이다. 당장 권력의 승패가 아니라 제도와 문화 이념 등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2일 정책홍보토론회에서 제도와 문화, 의식, 정치구조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한 것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정연욱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