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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한국어 배우기 붐

Posted April. 07, 2006 07:50,   

日本語

나비, 기차, 모자.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제151공립학교 2학년 한국어 수업 시간. 푸른 눈의 어린 학생들이 한글 그림 카드를 갖고 열심히 단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 학교는 2000년 9월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다. 현재 111학년 600여 명의 학생 중 115명이 한국어를 일주일에 3시간씩 배우고 있다.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인 나탈리야 이(53) 교감 선생님은 다른 제2외국어 과목인 독일어보다 한국어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고려인 학생은 1명도 없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모두 러시아인이다.

이웃에 있는 177공립학교도 최근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럽으로 열린 창()으로 불리지만 최근에는 동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1학교는 당초 일본어나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할 계획이었지만 나탈리야 이 교감의 고집으로 한국어로 바꿨다. 177학교 역시 고려인인 아나시야 김 교감의 역할이 컸다.

151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주선으로 한국에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의무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던 학생들은 직접 다녀온 뒤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한국학과 1학년 엘리자벳 스미르노바(19여) 씨가 대표적인 경우. 151학교 출신인 그는 앞으로 한국으로 유학해 한국문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151학교는 한국학과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보충 수업까지 해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897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동양학부 안에 한국어 강좌를 설치했을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이제 이 도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명실상부한 한국학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김기현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