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지방선거 운동을 하라?
열린우리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할 장관들을 차출한 3•2개각의 후속조치를 둘러싸고 중립성 시비가 일고 있다. 후임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이유로 명백하게 5월 지방선거 출사표를 낸 장관들을 즉각 면직하지 않고 장관직을 더 수행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선거용 장관 차출도 모자라서 장관직을 유지하며 선거운동까지 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신종 관권선거라는 비판이 야당에서 나오고 있다.
선거 중립성 시비 자초
이번 개각으로 물러나게 된 오영교() 행정자치, 진대제() 정보통신,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모두 열린우리당 후보로 각각 충남지사, 경기지사, 부산시장에 나설 예정이다. 후임 인선이 미뤄진 이재용() 환경부 장관도 일찌감치 여당의 대구시장 후보로 낙점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현직 장관이다.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할 장관이 선거출마를 공언하고도 장관직을 유지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관은 비서진과 사무실 차량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당을 지방선거체제로 전환하는 등 사실상 지방선거전이 시작된 상황이다.
청와대는 2일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614일) 이후 이들 장관에 대한 적절한 이임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는 1•2개각 때 취했던 태도와 너무 달라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개각 당시 열린우리당의 2•18전당대회를 위해 당 복귀를 서둘렀던 정동영() 통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각 명단 발표와 함께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두 부처엔 후임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차관이 장관을 대행하는 체제를 도입했다.
이번 개각의 경우도 선거출마 예정 장관들은 다음 주부터 열린우리당에 입당할 예정인데도 사표 수리가 안됐다. 청와대도 문제지만 해당 장관들도 스스로 곧바로 사표 수리를 청원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무리는 있지만 후임 장관과의 원활한 인수인계가 필요하다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 제도의 허점 탓에 이런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규정상 정부가 국회에 국무위원 내정자의 인사청문을 요청하면 국회는 해당 상임위에서 청문절차를 마친 뒤 20일 안으로 그 결과를 정부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후임 장관 내정자가 20일 이상 소요되는 인사청문회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선 현직 장관이 그 기간에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있다.
청와대 측도 인사청문회로 인한 업무 공백이 출마 장관들을 즉각 퇴진시키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라는 식의 설명을 하고 있다. 김완기()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치활동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장관들이므로 후임 장관이 정식 취임할 때까지 그 직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그러나 후임 장관과의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뒤 절차를 거쳐 이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즉각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나라당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3일 이번에 물러나는 장관들은 사실상 장관도 아닌데 계속 장관직을 이용하고 있어 중립성과 공명선거에 큰 문제가 된다며 차관대행 체제 등을 즉각 도입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1•2개각 때 정동영, 김근태 장관에 대해선 즉각 사표를 수리하더니 이번에 안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고,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선거 출마를 위해서 물러나는 장관은 즉각 사표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연욱 이정은 jyw11@donga.com lighte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