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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험난한, 그러나 낯설지 않은 길

Posted December. 31, 20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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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열리는 2006년 새해가 밝았다. 벌써부터 가슴이 뜨거워진다. 6월 독일에서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세계적인 강호들과 싸워 나갈 모습을 상상하니 온몸에 전율마저 느껴진다.

2002한일월드컵 4강의 나라 대한민국. 그땐 정말 대단했다. 거칠 것 없이 전진하는 한국은 전 세계 축구팬을 감동시켰다. 지난해 9월 한국 감독 제의를 받고 2002년 6월의 감동을 떠올렸다. 내가 다시 해낼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계약서에 바로 사인했다. 2002월드컵을 주도했던 핌 베르베크 수석코치와 아프신 고트비 기술분석관, 게다가 한국 선수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홍명보 코치까지 있다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다시 해낼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2002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다소 걸리지만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 실력이 크게 향상된 데다 베르베크 수석코치 등이 있어 2002월드컵을 준비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감독의 지시를 잘 따르고 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한국 선수들은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빨리 받아들이고 응용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대표팀을 맡은 뒤 짧은 시간 안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게 바로 선수들의 적극적인 훈련 태도 때문이다. 난 한국 선수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는다.

하지만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선수들은 가능성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국내 리그와 국제 경기는 수준이 다르다. 게다가 이번엔 홈이 아닌 원정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원정에서 강팀들과 싸우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프로팀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큰 차질 없이 15일부터 시작하는 해외전지훈련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장담하건대 이번 6주간의 해외전지훈련이 끝나면 대표팀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어떤 강팀을 만나도 기죽거나 주눅 들지 않는 팀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2002년 수백만 붉은 물결이 한국팀을 위해 대한민국을 외쳤듯이 팬들도 대표팀을 위해 다시 한번 뜨겁게 응원해주길 바란다.



양종구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