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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연탄배달 자원봉사

Posted December. 07, 20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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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을 보니까 추운 줄 모르겠어.

홍윤열(81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할머니는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6일 오후 썰렁한 홍 할머니의 단칸방에 연탄 2, 3장씩을 든 10여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직원, 푸르메재단 관계자,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인 프랜드 케어 관계자, 문래동사무소에 자원봉사를 나온 중학생 3명 등이었다.

이들은 연탄을 실은 트럭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에서 30여 m 떨어진 홍 할머니의 방까지 골목길을 돌고 돌아 연탄을 나르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홍 할머니는 미리 연락을 받고 연탄 쌓아 놓을 곳을 마련하기 위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에 놓여 있던 짐들을 2, 3평 남짓한 방으로 모두 들여놓았다.

방에는 치워진 냄비와 그릇이 놓여 있었고 방 입구에는 골판지 상자와 신문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홍 할머니는 종이를 주워 팔아 생계를 꾸려 나간다.

할머니는 42세에 혼자가 됐다. 5남매를 모두 병이나 사고로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는 지병을 앓던 남편마저 잃고 인생의 절반을 홀로 살았다. 중풍기가 있는 할머니는 걸음이 부자연스러웠다. 연탄으로 불을 지피는 것마저 이웃이 도와 줘야 할 형편이다.

방은 냉골이었다. 홍 할머니는 밤마다 자다가 죽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데 죽더라도 따뜻한 방에서 죽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며 씁쓸히 웃었다.

이들 단체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은 동아일보,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 푸르메재단이 함께 제공하는 사랑의 연탄 300장을 1시간에 걸쳐 힘겹게 날랐다.

연탄을 나르던 푸르메재단 이사장인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은 결혼식 주례를 서고 3만5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왔다면서 이 돈이면 할머니 같은 분들이 한 달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음식이 목에 걸린 듯 답답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힘들어서 어떻게 하느냐면서 안절부절못하던 할머니는 연탄이 모두 옮겨질 즈음 어디서 구했는지 작은 손수레를 힘겹게 끌고 나타났다. 연탄을 직접 나르기 위해서였다.



이재명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