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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는 왜 김정일 답방에 집착했나

Posted November. 23, 200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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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2001년 6월을 전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달 새 5차례, 그해 말까지 하면 10여 차례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약속이란 다름 아닌 서울 답방이었다.

DJ는 왜 그토록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집착했던 걸까.

DJ 정부가 2001년 초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와 함께 도청까지 했던 배경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이루기 위한 분위기 조성 의도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그 까닭에 드러나지 않은 정치적 복선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DJ가 김 위원장의 답방에 집착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 기틀을 확고히 하고, 그 결과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란 설명이 그동안의 일반론이다.

DJ는 특히 역사에 남는 대통령을 상당히 의식했다. 그는 2001년 9월 발표한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우리 역사에서 세 번의 통일 시도가 있었다. 신라의 통일과 고려의 통일, 두 번은 성공했지만 세 번째인 625전쟁은 성공하지 못했다. 세 번 모두 무력에 의한 통일 시도였으나 네 번째 통일 시도는 반드시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한 일이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야당에서 북한이 소련 등 외세를 업고 남침해 일으킨 625를 통일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DJ가 한반도 역사 이래 3번째 통일 주역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정치권에서는 DJ가 통일대통령과 장기 집권을 꿈꾼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2000년 10월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벨 평화상 수상이 장기 집권 도모와 통일대통령 추진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씻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DJ 정부 측은 이를 터무니없는 비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DJ가 노벨 평화상 수상과 함께 현실 정치에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실현시켜야만 한반도 평화 정착을 제도화시켰음을 대내외에서 공인받을 수 있다는 기류가 존재했다.

이와 관련해 DJ 정부가 언론사 세무조사와 도청으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답방 분위기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남에 따라 DJ가 김 위원장 답방에 매달렸던 것도 결국은 나름의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었느냐는 주장이 새롭게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통일대통령은 개헌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DJ가 개헌을 통한 집권 연장이나 추종 세력의 장기 집권을 염두에 뒀던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은 퇴임 후 실질적인 집권 연장이나 안전판 마련을 위해 내각제 등의 개헌 시도를 했다. DJ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DJ로서는 측근 실세들이 연루된 각종 게이트(권력형 비리) 등 국내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김 위원장의 답방을 절실히 필요로 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용우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