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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달 정부, 무사고 기도하는 수밖에

[사설] 건달 정부, 무사고 기도하는 수밖에

Posted November. 07, 200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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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노무현 정부를 건달 정부라고 규정했다. 내정()은 물론이고 국제정치에서도 하는 일이 없다는 평가다. 더구나 반성도 할 줄 모르니 재생()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이다. 국민은 사고가 안 나도록 기도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노학자의 목소리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안 교수는 1980년대 들어 사회주의적 이론을 스스로 폐기했지만, 1970년대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대표적 좌파 경제사학자였다. 노 정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 민주화세력도 대부분 그의 이론을 따랐던 사람들이다. 안 교수는 현 정부에 참여한 인사들이 모두 잘 아는 사람이라 그동안 말을 아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오죽했으면 나라 망치는 것을 더는 못 보겠다며 입을 열었을까. 그는 빈손을 갖고 분배를 말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고 꾸짖었다.

그러자 청와대와 여권()은 낡은 이분법적 사고 악의적 모략 천박한 논리라고 되레 안 교수를 몰아세우고 있다. 반성할 줄 모르는 이류, 삼류집단이라는 안 교수의 지적이 더욱 공감된다. 이 정권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민성()을 담아낸 원로들의 쓴소리에 고개 숙이는 것을 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본보가 지난 주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은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는 20.6%로 한나라당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안 교수가 악의적 모략을 하고 있다고 우기는가.

노 정부의 무능과 이념적 편향, 국민 호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족끼리라는 구호에 매몰돼 자유주의 시장주의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은 지도 오래다. 최근 서울에 온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대사도 한국은 눈을 크게 뜨고 주변국이 뭘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안보에 대해 한국 사람보다 더 걱정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속여선 안 된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언론과 국민에게 돌리는 궤변에 속을 국민은 점점 더 없어질 것이다. 건달 정부와 함께 살아야 하는 국민도 참으로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