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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권의 추쟁동력을 두려워하는 한나라당

[사설] 여권의 추쟁동력을 두려워하는 한나라당

Posted November. 02, 200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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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어제 야당이 청와대와 대통령을 비판하면 큰 뉴스가 안 되지만 여당이 하면 화제의 중심이 그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10.26 재선거 이후 벌어지는 여권 내 친노()-반노 그룹간의 갈등이 여권에 유리한 정국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국민 관심을 모을 동력()이 있는 데, 우리는 없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자가진단에는 근거가 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와 8월 재선거에서 압승했지만 노무현-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협상이 만들어낸 정치동력에 휩쓸려 결국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2000년 12월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동교동계 퇴진을 요구하며 주도한 정풍운동 때도 한나라당은 지금과 똑같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했던 당 지도부는 개혁 요구를 외면했고, 당권-대권 분리를 요구했던 박근혜 당시 최고위원은 이에 반발해 탈당까지 했다. 어제 한나라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당 개혁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4년 전 상황의 재판()이다.

문제는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에 안주하는 한나라당의 웰빙당() 체질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제 한나라당은 안풍사건 무죄판결을 계기로 병풍-총풍 등이 공작정치의 산물이었다고 공세를 폈다. 하지만 그동안 민생경제를 위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 스스로 정치동력을 만들어내는 데는 철저히 실패했다. 부동산 대책만 해도 당초 1가구2주택 중과세 등 여당보다 파격적인 안을 내놓았다가 비판에 부닥치자 물러서는 등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였다. 최근에는 농촌의원들이 쌀 협상 비준안 반대 입장을 보여 정체성이 뭐냐는 비판도 사고 있다.

오늘의 국정파탄에는 제 역할을 못한 한나라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정대안 제시능력과 왜 정권을 되찾아야 하는가라는 국민들의 물음에 치열하고 절박하게 답할 능력 없는 야당의 존재는 국민에게 비극()이다. 오죽하면 여권 핵심인사들 입에서 다음 대선은 자신있다는 호언이 여전히 나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