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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아 있는 박물관

Posted October. 31, 200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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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개관 초기의 반짝 효과만은 아닌 듯하다. 세계 6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에, 쾌적한 야외공원을 거느리고 있어 인기를 끌 만하다. 복원된 청계천과 함께 서울 강북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보완할 점도 벌써 드러나고 있다.

지하철을 나와 박물관으로 연결되는 길이 협소해 북새통이다. 하루 5000명밖에 이용하지 않던 지하철역에 갑자기 수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게 됐는데도 대비책을 세워 놓지 않았다. 박물관 앞 좁은 도로는 늘어난 교통량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이다. 웅장하고 미학적으로 세워진 건물과 비교해 주변의 교통 인프라와 관람객을 맞는 자세는 미흡하다.

새 박물관은 신()개념이다. 800석 규모의 전문 공연장을 같은 건물 안에 설치해 박물관과 극장의 결합을 시도했다. 이런 형태의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전통적인 박물관은 역사 유물을 시대별로 모아 놓은 엄숙하고 단조로운 분위기였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자연사, 항공우주 등 여러 박물관을 한 울타리에 모아 놓는 방식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은 우에노()공원 안에 국립서양미술관, 동물원과 함께 자리 잡아 휴식과 문화 공간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박물관 측의 운영 전략은 박물관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극장의 들뜬 분위기와 조화시켜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차분해야 할 박물관의 관람 환경을 해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사람이 찾지 않는 박물관은 죽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박물관의 형태는 고정된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고 즐기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해 왔다.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보러 방한한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 될 것을 주문했다.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겠지만 새 박물관의 실험에 대한 최종 평가는 관람객들이 내릴 것이다.

홍 찬 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