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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로버트 김의 걱정

Posted October. 07, 200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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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애국심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해군정보국에 다니던 그가 조국 한국에 유용한 정보를 흘려주었다. 미국이 영국과 캐나다에는 거저 주는 정보를 왜 한국엔 주지 않을까? 아쉽고 안타까워서 주로 북한 관련 정보를 한국 대사관에 은밀히 넘겨주었다. 그것이 미 연방수사국에 걸려 기밀수집죄로 처벌당하고 말았다.

그가 대가로 받은 건 없다. 하지만 미 검찰은 고용주(해군정보국)를 등지고, 미국 시민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처벌했다. 7년 10개월의 징역, 2개월의 가택구금, 그리고 1년간의 보호관찰. 직장과 삶의 자산을 다 날렸다. 영어로 애국심(patriotism)이란 선대()의 땅, 혹은 거기 사는 인간들에서 비롯한다. 미국인이 된 그가 선조와 아버지 형제의 땅 한국에 애정과 연민을 가진 죄, 조국애의 대가는 그토록 가혹했다.

애국심은 근대의 단어다. 왕조시대에는 왕에게 충성하는 것이 곧 애국이었고, 애국심이라는 말은 따로 없었다. 그래서 근대의 애국심 애국자에는 왕에 대한 불평분자나 혁명세력의 뜻이 담긴다. 프랑스혁명 이후 나타난 나폴레옹이 인간에게 최고의 도덕은 애국심이라고 외친 것도 같은 의미다. 그렇게 보면 로버트 김도 미국의 불공평한 정보 배포에 항거한 불평분자가 되는 셈일까. 미국의 영국 캐나다 편애()를 참지 못하고 조국을 돕고자 범법을 무릅쓴.

그에 대한 처벌이 드디어 다 끝났다. 보호관찰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 빈털터리 자유인이 된 로버트 김은 고향인 전남 여수의 부모님 묘소를 찾아보는 게 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조국의 청소년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싶어 한다. 그는 전쟁까지 하면서 지켜낸 민주주의인데, 젊은이들이 이유 없이 북한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의 인권과 자산을 송두리째 잃은 그가 한국 속의 무분별한 친북()을, 그리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김 충 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