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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학 총장 선거

Posted October. 05, 200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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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6년 개교한 미국 하버드대의 역대 총장은 모두 27명으로 평균 재임기간이 13년을 넘는다. 찰스 엘리엇 총장은 1869년부터 1909년까지 장장 40년을 재임했다. 20세기 이후 100여 년간에도 총장은 6번밖에 바뀌지 않았다. 또 다른 명문 예일대의 리처드 레빈 총장은 1993년 취임해 1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 총장들이 장수()하는 것은 능력만 검증되면 10년 이상 일하도록 해줘야 긴 안목으로 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하버드대가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된 걸 보면 이런 방식이 꽤 유용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1946년 출범한 서울대는 23명의 총장이 평균 2년 6개월 재임했다. 총장이 이렇게 자주 바뀌어서야 대학에 강한 리더십이 구축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총장직선제는 퇴물이 된 지 오래다.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이 요구되는 시대엔 적합하지 않은 제도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의 대학들은 1987년 6월 민주화항쟁 이후 일제히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선거 과열과 파벌 조성 같은 폐해가 두드러지자 대부분의 사립대는 직선제를 버렸으나 국공립대는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총장에 당선된 뒤 교내 구성원들에게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 짧은 임기가 곧 끝나 버리기 십상이다. 국공립대가 관료적인 분위기에 매몰되고 개혁이 부진한 것은 후진적인 지배구조에 큰 원인이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국공립대의 총장선거 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도록 한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헌법도 대학 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 운영에 정부가 끼어드는 건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정부는 그마저도 성에 안 차는지 총장선거의 부정을 감시하겠다며 시민단체를 동원하는 길을 열어 놓았다. 대학들은 제목소리를 내려다가도 정부가 강하게 나서면 이내 수그러들고 만다. 대학에 대한 강력한 통제권을 국가가 쥐고 있는 탓이다. 선관위와 시민단체의 호령까지 받는 대학에 무슨 희망이 있을지 우울해진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