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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관객들 집에 보내려고 자장가 불렀어요

러시아 관객들 집에 보내려고 자장가 불렀어요

Posted October. 01, 200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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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그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넷(싫어요).

지난달 29일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 처음으로 러시아 무대에 선 소프라노 조수미(42) 씨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거듭되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이날 지휘를 맡은 러시아의 거장 유리 시모노프 씨와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돌아봤다. 이미 5차례나 앙코르를 받아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까지 준비된 곡을 모두 불렀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조 씨는 반주 없이 즉석에서 한국어로 자장가를 불러 관객을 달랜 후 가까스로 공연을 마쳤다. 오후 7시에 시작된 공연이 3시간 만에 끝난 것. 하지만 조 씨가 꽃다발에 파묻혀 무대를 떠난 후에도 1500여 명의 관객은 아쉬운 듯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공연은 무대를 압도한 조 씨의 카리스마가 클래식의 본고장인 러시아의 팬들을 사로잡은 자리였다. 갈리나 피사렌코 러시아 공훈예술가는 수미요(조수미의 러시아 이름)의 목소리는 역시 세계적 수준이었다고 평했다.

조수미 모스크바 콘서트는 공연 전부터 러시아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일간 이즈베스티야 등 주요 언론이 다투어 소개했고 리허설 도중까지 현지 언론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기자들은 조 씨의 음악세계뿐 아니라 사생활에까지 관심을 보였을 정도.

러시아 소득 수준으로는 적잖은 부담이 되는 2000루블(약 8만 원)이나 하는 입장권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모든 좌석이 매진돼 공연 당일에는 암표까지 등장했다.

조 씨는 평소 동경하던 러시아에 와서 독특한 예술적 열정을 느끼게 돼 기쁘다고 만족해했다. 서울시 홍보대사인 조 씨는 1일 오후 청계천 새물맞이 축하공연에 참석해야 한다며 30일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기현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