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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 뉴올리언스

Posted September. 05, 200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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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두 차례 방문했던 뉴올리언스는 미국의 여느 도시들과 달랐다. 바다 같은 폰처트레인 호수를 지나면 비행기는 재즈의 고향에 닿는다. 도심인 프렌치쿼터는 걸어 다니기 좋은 넓이다. 프랑스풍 건물들의 나이는 이백 살 이상. 짚 인형 가게와 화랑을 돌다가 남미풍 케이준 요리나 프랑스와 스페인 풍미를 섞은 크리올 요리에 빠져 본다. 흙탕물 미시시피 강 유람선에 앉아 지루해할 때면 안내방송이 나온다. 우린 이렇게 살지. 4인조 재즈 연주나 들어 보소.

밤은 도시에 활기를 준다. 재즈 바엔 10대부터 60대까지, 유럽인부터 요즘 특히 많아진 일본인 중국인까지, 한 잔에 4, 5달러 하는 음료나 맥주, 와인을 들고 스윙 리듬에 몸을 맡긴다. 한곳에서 30분씩, 많으면 10곳 이상을 순례하는 사람도 있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인사는 즐기시라. 재즈와 음식, 약간은 후덥지근한 날씨까지 즐기라고. 강바람을 맞으며 도시의 밤은 깊어 간다.

이 도시가 80% 이상 물에 잠겼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치면서 호수와 강물이 사발 모양의 도시를 집어삼켰다. 수천 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해에 축제의 도시는 전쟁터처럼 변했다. 약탈 강간 등 흉흉한 소문에 방위군이 총을 들고 나섰다. 돌볼 손길이 닿지 않아 시신이 물에 떠 있거나 길가에 방치돼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도와 달라는 외침은 짐승 소리 같다. 수천 교민의 거주지역은 다행히 물이 빠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옛날 이곳 프랑스계 사람들은 장례를 마치고 돌아올 때 활기찬 연주를 해 달라고 밴드에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슬픔을 달래고 현실로 돌아가겠다는 뜻이었다. 흑인들이 이 곡을 배우며 특유의 리듬을 얹었고 여기서 재즈가 태어났다. 뉴올리언스가 카트리나 피해를 복구하려면 최소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릴 모양이다. 아예 더 높은 곳으로 도시를 옮기자는 주장도 나온다. 아! 뉴올리언스. 희망의 즉흥 재즈가 언제 다시 울려 퍼질런가.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