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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사전엔 재미 밖에 없다

Posted September. 01, 200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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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 중에서도 이런 도박사는 드물 것 같다. 손대는 작품마다 안타도 아니고 장외 홈런을 쳐버리는 사람 말이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김우택(41) 대표.

쇼박스가 지난해 투자 배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1000만 관객을 넘어 역대 국내 최다관객 기록을 세운데 이어, 올해는 말아톤(관객 518만 명)으로 상반기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또 웰컴 투 동막골은 말아톤을 이미 뛰어넘어 하반기 최고흥행 영화의 자리를 굳혀가는 중이다. 미다스의 손 김 대표를 만났다.

재미있는 영화면 난 무조건 간다

올해 배급시장 1위가 유력한데.

배급 1위란 게 관객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관객에겐 재미있는 말아톤과 재미있는 동막골을 봤다는 기억밖엔 없을 것이다.

투자배급을 결정할 때 노하우는.

간단하다. 재미있는 영화를 선택한다.

재미있다?

철저히 관객 중심으로 볼 때 대중영화는 두 종류다. 재미있는 영화와 재미없는 영화. 내가 늘 궁금해 하는 건 이거다. 재미있나, 재미없나. 말아톤 때도 직원들이 별별 분석을 다하더라. 자폐아란 소재가 어떻고, 신인감독이 어떻고, 극의 전반적인 흐름이 어떻고. 그래서 물어봤다. 근데 재밌니, 재미없니? 모두들 재밌다고 하더라. 그럼 난 그냥 간다.

김 대표는 젊은이들의 취향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얼마 전엔 직원들과 홍익대 앞 클럽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예전엔 춤추는 데선 무조건 춤을 잘 춰야 했는데 요즘엔 맥주 한 병 들고 계속 흐느적대기만 하더라.(웃음) 이젠 잘 추고 못 추는 차이가 아니라, 느끼고 못 느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재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드라마다. 드라마가 센 영화가 된다고 본다. 드라마의 사이즈가 곧 감정 선의 사이즈고, 감정 선의 사이즈가 곧 영화의 사이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들어간 첫 직장은 삼성물산, 현재의 오리온 이화경 사장을 만나 자리를 옮기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됐다.

너네 아빠 강제규야?

기업인의 시각이 영화사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여기 와보니 투자배급사들은 돈만 대고 개봉 2주 전 쯤 프린트가 올 때까지 팔짱끼고 만 있더라. 프린트를 보고나서야 아, 큰일 났다 아니면 아, 좋다며 부산하더라.(웃음) 궁금했다. 투자배급사는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영화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제작사와 긴밀히 협의하는 적극적인 역할로 투자배급사를 변모시켰다. 하지만 요즘 들어 물이 좀 든 것 같다.(웃음) 예전엔 편집에서 잘려나간 부분을 감독들이 아까워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젠 내 슬픔처럼 받아들여지더라.

멜티플렉스인 메가박스를 맡은 뒤 개봉 일을 금요일로 당기고, 극장마다 관람료를 차등화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업계에선 물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다.

내 대답은 그렇지만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 시도들이 성공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시장의 파이 자체를 키웠으니까. 한국 영화시장 규모가 연간 8000억 원 남짓이다. 삼성전자의 일사분기 순익은 1조 원이다.(웃음) 작은 파이 나눠 먹어봐야 갑갑할 뿐이다. 모두가 다 잘 먹고 잘 사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뭐를 마이 메게이지 머라는 동막골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이익을 내서 가족(직원)들을 제대로 먹여 살릴 때 기업도 문화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아빠의 직업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게 힘들다며 웃었다. 아들이 투자배급이란 말뜻을 모르니까 아들에게 그냥 그랬어요. 아빠가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었다고. 아들이 학교에서 자랑한 모양이에요. 그랬더니 다음날 어떤 꼬마가 너네 아빠 강제규야? 하더래요. 이것 참.



이승재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