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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측한 아버지

Posted August. 16, 2005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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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협박이 없었다 하더라도 남성의 돌발적인 행동에 제압당할 상황이었다면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는 강간죄 구성 요건으로 피해자에게 항거할 수 없는 폭행이 가해졌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강간죄 처벌과 관련해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구모(51) 씨는 2004년 1월 아들의 여자 친구 장모(17) 양이 세배를 하겠다며 찾아오자 식당에 가서 함께 소주를 마셨다. 구 씨는 장 양이 남자 친구인 구 씨의 아들(20)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고 고민하자 아들을 잘 설득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고 타일렀다.

구 씨는 다음 날 오전 2시경 장 양을 인근 모텔로 데려갔고, 함께 맥주를 마신 뒤 장 양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성 관계를 가졌다.

이튿날 장 양은 채팅으로 알게 된 또 다른 남성과 모텔에서 잠을 잔 뒤 밤늦게 집에 들어갔다가 부모로부터 외박한 이유를 추궁당하자 구 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털어놨다. 구 씨는 청소년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의 쟁점은 특별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성 관계를 과연 강간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구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장 양이 맥주를 함께 마신 뒤 안겨 보라는 구 씨의 말에 따랐고 성 관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으며 사건 다음 날 다른 남자와도 성 관계를 가진 점 등에 비춰 강간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2부(주심 배기원 대법관)는 폭행과 협박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구 씨의 돌발적인 행동에 제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된다며 지난달 29일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강지원() 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은 강간죄에 대해 항거할 수 없는 상태라는 말로 남성의 강한 폭행이 있을 때에만 유죄로 인정해 여성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왔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단히 앞서 나간 것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또 이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항거 불능이란 강간죄 구성 요건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