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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법 도청 공개 특별법은 이중 위헌이다

[사설] 불법 도청 공개 특별법은 이중 위헌이다

Posted August. 04, 200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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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진실위원회라는 민간기구에 불법 도청 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처리 방향을 맡기는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국회 다수인 3당의 합의로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통신비밀이라는 국민기본권이 무너질 우려가 커진다. X파일로 불리는 불법 도청 테이프의 공개 여부는 특정 정파 또는 특정 세력의 이해득실이 아니라 우리가 민주화 과정에서 힘겹게 쟁취한 기본권의 수호라는 원칙 위에서 논의돼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X파일이 나와서 대통령이 곤란한 것이 무엇이 있으며, 덮어서 이득 볼 것이 있겠느냐. 진실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대선 전에 도청된 테이프는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된 자신에게 곤란한 것이 없으니 모두 공개하자는 뜻일까. 아무튼 노 대통령의 언급이 있자 열린우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진실위원회 특별법 제정을 들고 나왔다.

정당과 정권의 역사가 일천()해 도청 내용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해서 이의 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정략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전에 근본적으로 국기()를 흔드는 일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해 통신비밀 보호를 선언하고 있다. 이 헌법 조항에 따른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은 감청을 범죄 수사와 국가안보를 위한 보충적 예외 수단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도청은 어떤 경우에도 인정되지 않는다. 더구나 합법적 감청에도 법관의 영장이 필요하며 통신비밀의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불법 도청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행위도 불법 도청과 똑같이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을 통비법에 둔 것은 도청 내용의 공개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X파일은 국가정보기관이 국가안보나 범죄 수사가 아니라 사적인 대화를 엿들어 약점을 잡아 협박하고 거래하기 위해 법관의 영장 없이 도청한 테이프다. 여당은 도청 테이프를 공개하는 특별법을 만들면 통비법에 저촉되는 위법성()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최상위 법인 헌법에 배치되는 위헌성()을 해소할 수는 없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사법적 권능을 민간기구인 진실위원회에 주는 것도 위헌이다. 따라서 불법 도청 공개 특별법은 이중() 위헌이다. X파일 특별법으로 이 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후퇴시킨다면 국민적 재앙이 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