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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빈민가에 코리아의 정 심다

Posted July. 25,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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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동쪽인 성복찹. 각국 대사관과 호텔이 모여 있어 늘 화려한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

참새 둥우리란 뜻의 성복찹은 어두운 얼굴을 동시에 가진 곳이다. 캄보디아 최대 에이즈 환자 수용소, 최대 마약 거래지, 범죄자의 피난처. 10대 소녀가 미화 5달러에 몸을 팔고 장례비가 없어 집에 시체를 보관하는 최대 빈민가다.

3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11세 소녀 예인은 학교에 가 본 적이 없다. 예인의 아버지는 예인이 학교 가면 누가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느냐고 말했다.

예인은 매일 오후 10시까지 자신의 몸집 5배 크기인 리어카를 끌고 마을 옆 놀이동산에 수수깡을 팔러 다닌다.

하루에 버는 돈은 2000리엘. 원화로 500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 오는 쌀과 고기가 다음날 가족이 먹을 식량이다.

선교사조차 위험하고 불결하다며 찾지 않는 성복찹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 자유총연맹의 글로벌 봉사단인 대학생 13명이 의료봉사와 한국어를 알리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성복찹을 활동 지역으로 선택하자 현지 사정을 아는 이들이 만류했다. 활동을 시작한 지 사흘째인 15일, 봉사단은 너 나 없이 양손에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정도로 친해졌다.

솔직히 아이들을 보기 전에는 에이즈가 떠올라 꺼림칙했는데 손을 합장하고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에 두려움이 싹 사라졌어요.(이선아21여인천가톨릭대 3년)

수업 도중 한 아이가 배가 고프다며 울기도 하고, 몸에 각종 상처를 안고 있는 학생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손수연21여성신여대 4년)

봉사단은 아이들의 얼굴과 손에 그림을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과 풍선으로 동물 모양 만들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봉사단은 함께 간 상지대 한의학과 이준무 교수 등 의사들의 진료를 옆에서 도왔다.

아침 일찍 목에 파스를 붙이고 진료소를 찾은 트랑암(58여) 씨는 20년 전부터 목이 부풀어 있다. 그는 단 한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감기 때문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봉사단을 이끈 자유총연맹 교육담당 윤미옥(28여) 씨는 이번 봉사가 학생들에게 자신의 처지에 감사할 줄 알고, 남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