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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 대통령, 잘못된 정보에 갇혀있지 않나

[사설] 노 대통령, 잘못된 정보에 갇혀있지 않나

Posted May. 26, 2005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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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의 정보 괴리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않아서 일본도 한국과의 정보 공유가 망설여진다는 말이 일본 외무성 차관의 입에서 나올 정도라면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우리 정부 안에서조차 외교 실무자들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상층부가 파악하는 한미관계의 긴밀도에 차이가 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정책은 정보에 기초한다. 정보가 정확해야 바른 정책이 나온다. 북한 핵처럼 한미 공조가 긴요한 외교 안보 사안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서로 다른 정보와 인식 위에서는 공조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노 정권 출범 이후의 한미관계가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신뢰나 기대 면에서 예전에 크게 미치지 못함은 부인하기 어렵다. 유사시 북한 내부의 위기상황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 수립을 우리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제지한 데 대해 미국 측이 불만을 표시한 것도 한 예다. 최근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놓고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냉전 종식 후 한미 관계가 과거보다 느슨해진 탓도 있겠지만 노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의 정보 편식이 문제를 키운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미 관계자들과 여론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 관계에 경보음을 울렸지만 대통령부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예시적() 표현이라고 해도 대통령이 외교통상부의 대미() 실무자들을 친미파로 몰기까지 했으니, 그런 대통령에게 이완되고 있는 한미관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기도 관료 속성상 어려울 것이다.

이제라도 한미 관계를 추스르고 정보 공유 체제를 재구축해야 한다. 코드에 맞지 않거나, 상대를 거북하게 만들 정보라도 그것이 한미 관계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 기탄없이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부터 어느 한쪽으로 경도됐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편견과 선입견이 정보의 정직한 흐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다.

다음 달 한미 정상회담부터라도 진실로 공유된 정보와 인식의 토대 위에서 현안들을 논의해 줬으면 한다. 그래야 우리 외교 안보상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