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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지폐에 여성인물 넣을 만하다

Posted April. 19, 200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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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에 새 5000원권을, 2007년 상반기에는 새 1만 원권과 1000원권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크기를 줄이고 색상을 바꿔 세련미를 더하고, 위변조 방지기능도 보강하겠다고 한다. 1983년에 나온 지폐가 20여년 만에 모두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위폐 확산을 막고, 지폐에 들어갈 인물 변경에 따른 국론분열을 피하기 위해 세종대왕(1만 원권), 이율곡(5000원권), 이퇴계(1000원권)의 도안은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다.

화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 기술력 등을 한눈에 보여 주는 대표적인 국가상징물이다. 외국인 손에도 들어가는 무언()의 외교관이다. 한번 바꾸면 수십 년은 써야 한다. 그러니 새 돈을 만들기로 한 이상 인물 변경에 대해서도 충분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정이 쉽지 않고, 약간의 추가적 비용이 든다고 해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또 다른 국론분열의 소지를 남기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행정편의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미 새 인물에 대한 의견도 적지 않게 나와 있다.

여성을 새 지폐에 넣는 안도 검토할 만하다. 한국 여성의 사회참여도와 국가기여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사임당과 유관순을 추천하고 있다. 후보는 이 밖에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누구를 전제하기 전에 여성을 새 지폐에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공론에 부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먼저다.

자국 화폐에 등장하는 여성으로는 이탈리아 의학자 몬테소리, 노르웨이 음악가 플라그스타, 스웨덴 노벨문학상 수상자 라겔뢰프 등이 있다. 프랑스는 폴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인과 결혼한 과학자 퀴리를 택했다. 일본도 지난해 새로 발행한 5000엔권에 여류소설가 히구치 이치요를 넣었다. 히구치는 24세에 요절했는데도 채택됐다. 이는 화폐에 여성을 넣는 것 자체가 상징적임을 말해 준다.

국내에서는 광개토대왕, 안중근, 김구, 정약용, 장영실 선생 등을 넣자는 의견도 있다. 아무튼 논의를 다시 하는 게 좋겠다. 이번에 안 하면 또 얼마를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