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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주국방론에 미국이 내미는 청구서

[사설] 자주국방론에 미국이 내미는 청구서

Posted April. 18, 200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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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미 증원군에 대한 한국 측의 지원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증원병력 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미 측이 한국에 두고 있는 전쟁예비물자(WRSA)의 폐기 방침을 우리 측에 통고했을 때 정부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에 극력 반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03년 6월 한미 군사협상 테이블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거론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결국 한국의 자주국방론에 대응해 미국 정부가 내놓은 청구서의 내용이 뒤늦게 밝혀진 셈이다.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은 69만 명이고 이들이 들여올 장비의 가치는 3870억 달러 이상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6070%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같은 전시대비계획이 그동안 대북() 억지력과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근간이 돼 왔음은 물론이다. 그 규모가 축소되면 한국이 감당해야 할 방위비는 그만큼 커진다.

전체 물량의 99% 이상이 전시대비 탄약인 WRSA 프로그램이 폐기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육용 탄약의 경우 한국군의 지급 기준은 미군의 3.9%(야포)21.6%(개인화기)에 불과하다. 고가 탄종()은 예산부족 때문에 시뮬레이션으로 사격훈련을 대체한지 오래다. 교육용 탄약이 이럴진대 유사시 대비 탄환은 어떻겠는가. 전시 탄약 예상 소요량의 60%를 차지하는 WRSA가 폐기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 몫으로 넘어온다. WRSA의 화폐가치가 5조원 대이니 한국이 독자적으로 전시 대비 탄약을 비축하려면 그에 버금가는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는 2008년까지 99조원을 투입해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이는 1차적으로 주한미군 1만2500명 감축 및 후방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을 메우는 데 쓰여야 할 예산이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미국이 우리 측에 부담을 지우려고 한다면 자주국방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비용을 감당할 능력도 없으면서 자주를 앞세우는 정부의 태도가 화근을 키워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역대 어느 정권인들 자주국방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한미동맹을 중시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