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몸으로 그린 한국

Posted April. 18, 2005 23:27,   

日本語

독일의 세계적 안무가 피나 바우쉬(65)가 또 하나의 걸작을 만들었다.

17일(현지시간) 독일 부퍼탈에서 프리뷰로 선보인 신작() 2005에서 무용과 연극을 넘나드는 특유의 연출 솜씨를 맘껏 뽐낸 것. 부퍼탈 시 샤우슈필하우스의 740여석을 꽉 채운 관객들이 전원 기립박수로 호응한 이 작품은 한국을 소재로 해 한국 팬들의 관심이 남다른 작품이다.

막이 오르면 두 남자 무용수가 얼굴을 맞대고 돌림노래를 하듯 휘파람을 주거니 받거니 불기 시작한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소통이 주요 테마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1, 2부 각 1시간 10분씩 소요된 이 공연은 오늘날의 한국을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가득 찼다. 복잡한 도시에 매몰된 현대인, 바쁜 일상에 지친 샐러리맨 등을 형상화한 몸짓은 우울 권태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켰다. 그런가 하면 앞치마를 두른 여자 무용수들이 남자 무용수들에게 실제로 물을 뿌려가며 등목을 해주는 모습은 정겨운 한국의 옛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장면이었다. 빨간 팬티만 입고 누워있는 남자 무용수를 출연진이 무수한 배춧잎으로 뒤덮어버리는 모습으로 김장을 표현한 대목에선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직 제목을 정하지 못한 이 작품은 피나 바우쉬가 1986년부터 시작한 세계 도시-국가 시리즈의 13번째 작품. 바우쉬와 단원들은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해 도시와 시골, 고궁, 비무장지대 등을 돌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이번에 춤으로 옮겼다.

가야금 산조, 사물놀이 등을 모티브로 한 배경음악이 전편에 흐르는 가운데 김민기의 가을 편지, 김대현의 자장가 등 한국 노래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춤과 어우러졌다. 바우쉬의 공연을 44번째 본다는 조지 빈켈만 씨는 지금까지 본 바우쉬 공연 중 최고라며 특히 음악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16명의 무용수들은 격렬한 몸짓이나 무대를 종횡으로 휘젓는 달리기에서 정적인 움직임으로 곧장 넘어가는 대목에서도 호흡을 잃지 않았다. 이 무용단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 김나영 씨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LG아트센터,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 주한 독일문화원이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수정 보완을 거쳐 6월222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 뒤 세계 순회 공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