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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외발언 짐 안고 귀국하는 노 대통령

[사설] 해외발언 짐 안고 귀국하는 노 대통령

Posted April. 17, 200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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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7박 8일간의 독일과 터키 순방을 마치고 오늘 오전 귀국한다. 독일은 남북통일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일본과 대비되는 과거사 청산을 실천해 온 국가로서, 터키는 625전쟁 때 미국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군대를 보내준 혈맹국가로서 중요한 나라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은 이번 순방 중 남북관계, 국제정치, 국내외 경제문제 등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많이 했다. 국가 최고지도자의 언급이라는 점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은 터키 교민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국민들 중 미국 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를 갖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노 대통령의 생각과 발언 배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를 위해 미국과의 동맹 유지 및 강화를 중시하는 것을 걱정스러운 친미로 인식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걱정스럽다.

동북아 균형자론이 보여주듯이 말은 늘 본의()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지도자는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열린우리당 일각에서조차 균형자론이 탈미()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할 정도다. 다수 국민도 균형자론의 실체와 유효성()에 의문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의 발언 뒤에는 역대 어느 대통령 때보다 참모들의 해설이 많이 따라붙는다. 그만큼 그의 발언이 모호하거나 오해를 많이 사고 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친미를 문제 삼으면서 한미동맹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작전계획 5029 수정, 방위분담금 감액, 전쟁예비물자(WRSA) 폐기, 자이툰부대 병력 감축, 주한미군 역할 변화 등을 둘러싼 한미 간 마찰은 우리에게 일관된 경고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물가, 외환, 경제성장, 실업률 등 모든 면에서 한국경제는 완전히 회복됐다고 한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터키에서 열린 양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준비된 원고를 덮고 즉석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현실은 완전히 회복된 경제와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이 귀국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베를린에서 남북관계에서도 얼굴을 붉힐 때는 붉히겠다고 한 발언이나 독일의 역사 청산 방식을 지지함으로써 일본에 경고를 보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른바 4단계 남북통일 방안을 제시하고 외국기업의 정상적인 영업이익은 보장하겠다고 한 언급도 의미가 있다.

노 대통령은 이제 자신이 해외에서 한 발언을 차분히 되짚어 보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해외순방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