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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변연, 정책 비판으로 세금 값 하기

[사설] 관변연, 정책 비판으로 세금 값 하기

Posted March. 06, 200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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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할 말을 하는 태도로 바뀐 것은 바람직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만 따져 삼익악기와 영창악기의 합병을 막은 것은 국내외시장의 동태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비판한 것도 그런 사례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이 신용불량자 양산, 카드사 부실 등 국민에게 큰 짐이 되는데서 보듯이 청와대와 각 부처의 정책 결정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 정치 논리, 정권 이기주의,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해 정책의 부작용과 비용을 감추거나 축소하려는 경향도 난치병이다. KDI처럼 세금 쓰는 연구기관들이 정부정책을 합리화해 주는 나팔수 역할만 한다면 국민 혈세가 아깝다. 이들은 당연히 정책을 전문적 거시적 안목에서 검증하고 잘못된 점은 논의과정에서부터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책 실패와 후유증을 줄이는 데 기여해야 밥값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비판적 연구기능의 위축에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심지어 민간연구소들조차 정책의 문제점을 전문가적 판단과 양심에 따라, 연구 결과대로 발표했다가 갖가지 해코지를 당했다는 얘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경제 전망을 어둡게 내놓았다가 고역을 치러야 했던 경험 때문에 보고서를 마사지(윤색)한다고 털어놓는 연구소도 있다.

연구기관들에 정부 입맛에 맞는 결과 이외엔 내놓지 말라고 은연중에 또는 노골적으로 압박한다면 연구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다. 연구시장의 위축은 정부의 독선과 정략에 따른 정책 실패의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두뇌집단들의 자유로운 정책 논의와 비판을 억누르는 것은 참여정부의 지향점과도 맞지 않는다.

민관 할 것 없이 연구기관들이 정부 무섬증에 걸려 정책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눈감는 일이 잦다면 이중의 낭비이자 심각한 역기능을 낳는다. 국책연구기관들을 들러리로 내세우거나 비판적 연구를 억압하려면 세금 쓰는 기관을 굳이 여러 개 둘 필요도 없다. 정부와 다른 시각과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돼 활발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정합성과 경쟁력이 더 높은 정책 선택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