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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서 발라드까지 올라운드 가수 됐어요

Posted March. 01, 20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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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진출 4년 소녀에서 숙녀로, 로봇에서 보아로

가수 보아(19)는 예전의 보아가 아니었다. 핼쓱하다 싶을 정도로 얼굴이 갸름해졌고, 눈빛은 깊어졌다. 발랄함과 청순미는 여전했지만, 소녀 가수라는 호칭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았다.

바뀐 것은 외모만이 아니었다.

한류()라는 말이 낯설던 2001년 5월 일본에 진출해 어느덧 4년. 잇따른 빅 히트로 일본 가요계를 평정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았기 때문일까. 인터뷰 때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자신만의 육성이 배어 있었다.

보아는 그때의 자신에 대해 로봇 같았다고까지 말했다. 버튼을 누르면 노래와 춤이 나오고, 인터뷰할 때도 판에 박힌 말만 했거든요.

지금도 소속사가 만든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이제는 공연의 컨셉트와 안무 의상에 대해 자기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2, 3년 전엔 초조했고 불안했어요. 나이를 먹어 가는데 팬들이 보아를 어떻게 봐줄까 하고. 소녀 가수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잊혀지지나 않을지, 별 고민을 다했어요.

베스트 오브 솔 발매 3주만에 100만 장 팔려

지난달 2일 선보인 보아의 베스트앨범 베스트 오브 솔(Soul)은 첫 주에 50여만 장이 팔려나가 일본 오리콘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예약 주문량만 80만장을 넘겨 음반업계를 흥분시키더니 발매 3주일만인 지난달 24일 100만 장을 돌파했다.

일본 음반계가 한국 못지않게 불황인 점을 감안하면 보아의 저력이 돋보인다. 보아의 소속사인 SM 저팬의 남소영 이사는 일본에서 보아의 팬 저변 층이 얼마나 두터운지 확인된다고 말했다.

댄스에서 발라드까지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담은 게 어필한 것 같아요. 한 장쯤 보관용으로 갖고 있으면 좋을 만한 내용으로 꾸몄거든요. 10대에서 어른까지 앨범을 사는 이들의 연령도 다양해요.

이번 앨범에는 보아의 이전 히트곡 리슨 투 마이 하트 어메이징 키스를 비롯해 일본 힙합그룹 솔드 아웃과 함께 부른 라 라 라 러브 송까지 16곡이 수록돼 있다.

보아 스스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자신의 곡으로 지난해 말 발표한 발라드 메리 크리를 꼽았다. 댄스 가수에서 올라운드 가수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스스로 발라드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노래라는 것이다. 그는 댄스 음악을 할 때 편하긴 하지만 가수로서 장르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며 팬들의 가슴에 와 닿는 발라드를 매년 한 곡씩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달에 시작될 일본 4개 도시 순회투어를 앞두고 이 달 말 싱글 앨범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류스타의 원조 보아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한류를 타고 저팬 드림을 꿈꾸는 한국의 가수와 배우들이 잇달아 일본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한류스타의 원조격인 보아는 어떤 말을 할까.

첫 1년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힘들어요. 저만 해도 한국에서는 이름이 알려졌지만 일본에서는 무명가수였잖아요. 종일 방송사 연락만 기다리고, 그러다 허탕치고. 텅 빈 스튜디오에서 목이 터져라 연습하면서 마음을 추스린 적도 많아요.

그는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만큼 어학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나이는 어리지만 일본 진출은 내가 선배이니 도울 게 있으면 돕고 싶다고 말했다.

보아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박원재 parkwj@donga.com